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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과학은 여성의 경험을 과장하거나 배제하는가"

입력
2021.12.22 17:00
수정
2021.12.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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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나, 임소연 '과학기술여성연구그룹' 공동설립자

편집자주

한국일보 ‘허스토리’는 젠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뉴스레터입니다. '허스토리'가 인터뷰 시리즈 '여자를 돕는 여자들(여.돕.여)'을 시작합니다. 정치·대중문화·창업·커리어·리더십·지역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혀 나가는 이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담습니다. 이 개척자들의 서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더 단단히 연결되려는 취지입니다. 전문은 크라우드펀딩(https://tum.bg/l6H8cX) 후원을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임소연(왼쪽) 숙명여대 연구교수와 하미나 논픽션 작가는 2017년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기술 협동과정 대학원에서 사제 지간으로 만났다. 제자는 척박한 환경에서 '과학기술과 젠더'라는 과목을 연구해온 스승이 있어 성장했고, 스승은 남자 교수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의 주관을 지키는 제자에게서 배웠다. 한지은 인턴기자

임소연(왼쪽) 숙명여대 연구교수와 하미나 논픽션 작가는 2017년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기술 협동과정 대학원에서 사제 지간으로 만났다. 제자는 척박한 환경에서 '과학기술과 젠더'라는 과목을 연구해온 스승이 있어 성장했고, 스승은 남자 교수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의 주관을 지키는 제자에게서 배웠다. 한지은 인턴기자

최초의 방사선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마리 퀴리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과학자다. 그의 성취로 방사선과 엑스레이(X-ray) 기술이 개발되어 누군가를 치료하게 됐다. 동시에 원자폭탄과 원자력발전소가 발명되기도 한다. 허나 이런 마리 퀴리 조차 어린 시절 위인전에는 ‘퀴리 부인’으로 호명된다. 객관적 사실에는 부합하나, ‘누군가의 부인’이라는 호칭 하나만으로 그의 총체적 성과는 과소평가된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때에도 이와 같은 편견은 작용했다. 1903년 방사선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지만, 연구를 시작하고 주도한 마리 퀴리는 애초 후보조차 아니었다. 남편 피에르 퀴리의 줄기찬 탄원으로 부부는 공동수상하게 된다. 가까스로 그는 최초의 여성 노벨 수상자가 됐지만 100년이 넘도록 후배 여성 과학자들이 걸어온 길은 여전히 척박하다. 역대 수상자 중 노벨 물리학상 219명 중 4명, 화학상 188명 중 7명, 생리ㆍ의학상 224명 중 12명만이 여성이다.

이렇게 여성이 배제된 채 만들어진 과학은 그 자체로 완벽할까. 이 같은 의문을 품고 ‘과학을 연구하는 학문’ 과학기술학이 탄생했다. 하나의 과학기술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적용되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바라보는 이 학문을 통해 세상은 미처 알지 못했던 ‘빈틈’을 찾게 된다. 인종·젠더 다양성을 전제하지 않은 과학기술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설명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배제하는지.

‘과학의 성편향’에 대해 논할 때면, 누군가는 ‘과학 같은 가치중립적인 학문’에 젠더 기준을 들이대느냐 물을 수 있겠다. 바로 그런 과학이 어떤 의문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왜 에어컨을 표준 온도로 가동한 사무실에서 여성은 더 추운가. 왜 똑 같은 충돌 테스트를 거치고도 자동차 사고에서 여성 운전자의 치명적 부상 발생 확률이 더 높은가. 자율주행차량은 과연 남성 운전자만큼이나 여성을 주된 운전자로 고려하고 있을까 등등.

성형수술을 주된 연구 주제로 삼은 임소연(44) 숙명여대 연구교수와 여성 우울증을 탐구하는 책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펴낸 하미나(30) 작가는 과학의 그러한 ‘빈틈’을 메우는 사람들이다. 겸손하게 목격하고, 겸허하게 기록함으로써. 동시에 그들은 ‘과학기술여성연구그룹’의 공동설립자다.

한 때 ‘공대 아름이’로 취급을 받은 이들은 왜 이공계 내 여성 네트워크 조직에 나선 걸까. 어린 시절 과학과 수학을 무척 사랑했고, 심지어 탁월한 실력을 보였으나, 재능 있는 여성에게 ‘괴짜’ 혹은 ‘별종’ 딱지를 붙여 결국 좌절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학 안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히는 하미나, 임소연 과학기술여성연구그룹 공동설립자를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일류 여성이 잘 되는 건 평등이 아니에요. 이류 여성도 이류 남성만큼 잘 되어야죠. 가끔 타협을 해도 괜찮아요.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않으면서 주변 여성들과 함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임소연·왼쪽)” "주변에 비슷한 여자들과 연결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꼴 보기 싫어지는 일도 생길 수 있어요. 그래도 참고 견디면서 지내다 보면 견딜 만해요. (하미나)" 한지은 인턴기자

"일류 여성이 잘 되는 건 평등이 아니에요. 이류 여성도 이류 남성만큼 잘 되어야죠. 가끔 타협을 해도 괜찮아요.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않으면서 주변 여성들과 함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임소연·왼쪽)” "주변에 비슷한 여자들과 연결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꼴 보기 싫어지는 일도 생길 수 있어요. 그래도 참고 견디면서 지내다 보면 견딜 만해요. (하미나)" 한지은 인턴기자


■ 허스토리가 발췌한 하미나와 임소연의 말들

1. “우리의 할 일은 일상의 살아있는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것이에요.”

2. “평범하거나 못하는 여성도 잘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해요”

3. “포용성과 다양성, 그리고 정의와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성 과학기술인의 장점이에요.”

4. “목소리가 덩어리지면 권력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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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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