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600㎏' 환경미화원 1명이 수거하는 음식물쓰레기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하루 3600㎏' 환경미화원 1명이 수거하는 음식물쓰레기

입력
2021.12.22 05:00
수정
2021.12.22 18:10
0 0

①산업재해로는 건설현장보다 더 위험
②사고에다 피부, 근골격계에 폐질환까지
③필수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 절실

편집자주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관련 이슈와 제도, 개념은 제대로 알기 어려우셨죠? 에코백(Eco-Back)은 데일리 뉴스에서 꼼꼼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환경 뒷얘기를 쉽고 재미있게 푸는 코너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7시 55분. 환경미화원 최모(62)씨가 서울 중랑구 화랑대역 인근에서 쓰레기를 줍다 승용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이틀 뒤인 15일 오전 6시 40분에는 60대 환경미화원 정모(45)씨가 서울 강북구의 한 도로에서 청소 작업을 하다 70톤 짜리 기중기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찍 어두워지고 늦게 밝아지는 겨울철, 흔히 접할 수 있는 뉴스입니다.

환경미화원은 한때 화제였습니다. 연봉이 6,500만 원 수준이라는 말이 퍼지기도 했고, 취업이 어려워서인지 경쟁률이 오르면서 채용 때 엄격한 체력장 시험이 치러진다고도 했습니다. 여기엔 은근히 낮춰보는 시선이 깔려 있습니다. 별 기술 없어도 궂은일에 제 한 몸 열심히 놀리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세상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매년 수백 명이 부상할 정도로 위험하고, 또 근무여건은 열악합니다. 환경미화원의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용산구 환경미화원들이 핼러윈 데이로 인해 생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산재사고, 환경미화원이 제일 많다

환경미화원의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2017년 130건에서 2018년 196건, 2019년 219건, 2020년 201건으로 매년 늘고 있습니다. 올해는 9월 기준만으로 123건입니다. 산재 내용을 보면 추락,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골절이 90% 이상입니다. 사망 사고도 최근 5년간 29명에 달했습니다. 이 중 26명은 산재가 인정됐습니다. 환경미화원 전체 숫자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3만7,460명인 것에 비춰보자면 결코 작지 않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나마 저 통계에 잡히는 수치는 구청 등 지자체에 직접 고용됐거나 지자체가 계약한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된 환경미화원일 뿐입니다. 건물 내부에서 환경미화 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빠졌습니다. 이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고용노동부가 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작업 도중 안전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실내 근무자 포함)이 1,822명이라는 게 있습니다.

매년 400명 넘게 사고를 당한다는 겁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는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 건설 현장보다 약 1.5배, 제조업체 사고보다는 2배에 달하는 수준이라 합니다.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어쩌면 환경미화원 사고 때문에 지자체장이 첫 처벌 대상으로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피부·근골격계 질환에 폐질환까지

비단 사고만 문제인 건 아닙니다. 환경미화원이 다루는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공기 중 부유 미생물 등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한 피부질환도 자주 일어납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퇴근 무렵 환경미화원 얼굴 피부에서 검출되는 미생물 양은 사무직 노동자의 248배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100L 짜리 종량제 봉투도 위험요인입니다. 100L 종량제 봉투는 원래 25㎏ 이하로 배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쓰레기 봉투를 아껴 쓰기 위해 꾹꾹 눌러 담습니다. 30~40㎏ 정도 나가는 건 예사입니다. 이 무거운 봉투를 상·하차하다보면 허리와 어깨 등 몸의 곳곳에 무리가 갑니다.

쓰레기 수거차량이 디젤 차량이라, 매연과 미세먼지 피해도 고스란히 떠안습니다. 고용부가 지난해 인천·안산·대전 지역 환경미화원 288명에 대해 검사했더니 19.4%가 폐기능 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인의 폐기능 장애 비율 1%에 비하자면 무려 19배나 높은 겁니다.

가을비가 폭우처럼 쏟아진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환경미화원이 빗물에 젖은 낙엽을 치우고 있다. 홍인기 기자


법 있어도 무용지물... 여전히 '나 홀로' 작업

물론, 그간 대책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런저런 근로환경 개선책이 나오다 2019년 4월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하면서 '작업안전 기준'이라는 게 정식 법제화됐습니다. 위험한 밤이 아닌 밝은 대낮에 근무하고, 3인 1조 원칙을 지키며, 종량제 봉투 중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엉망입니다. 기자가 지난 19일 서울에서 4년째 음식물 쓰레기차를 몰고 있는 김모(65)씨를 만났을 때, 김씨는 "평일에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6시부터 이튿날 6시까지 근무한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김씨는 홀로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차의 경우 쓰레기통을 들어올리는 리프트가 차량에 설치돼 있습니다만, 1인 작업은 안 됩니다. 혼자 쓰레기를 실으며 7~8시간 동안 운전하면 피로감이 엄청나기 때문에 최소한 운전자 1명, 작업자 1명 등 2명은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환경미화원 1명이 하루 동안 수거하는 음식물쓰레기는 평균 3,636.4㎏입니다.

지켜지지 않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한다며 '한국형 청소차'를 2018년부터 보급한다 했지만, 보급률은 고작 1%에 그쳤습니다. 저상형에 3인 1조 근무를 위해 뒷좌석을 마련했다는 둥 자랑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쓰레기 싣는 양만 줄어들고 되레 더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100L 종량제 봉투 사용을 아예 금지시킬 지침 개정은 연말에나 이뤄질 예정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관리법 개정 뒤 올해 1년간 현장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다시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미화원은 필수노동자... 인식 개선 절실

근로 여건 개선도 중요합니다만, 인식 개선은 더 절실합니다. 몇 해 전 어느 시의원은 "18년간 근무한 환경미화원의 연봉이 6,500만 원"이라며 "시의원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니 더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가 역풍을 맞았습니다. 6,500만 원은 잘못 계산된 금액입니다. 예산액을 단순히 근로자 수로 나눠서 그런 것인데, 이 예산에는 사망자위로금, 피복비, 퇴직금 등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2019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발표를 보면, 환경미화원의 통상임금은 약 360만 원 정도입니다. 그나마 이는 직고용일 경우이고, 위탁은 214만 원 수준입니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작업을 하고, 각종 질병과 사고에 노출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많다고 하기 어려운 액수입니다.

환경미화원은 우리 사회 필수노동자입니다. 우리의 쾌적한 삶을 위해 남들이 마다하는 일을 해주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선진사회 아닐까요.

김진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에코백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