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인물] 김정옥 한노총 대구감정노동자권익보호센터 총괄본부장
대구에만 35만4,000여 감정노동자 생업 종사
올해 공공부문, 내년에는 민간부문으로 확대해야
친절 강요받는 감정노동자, 비난과 욕설, 모욕에 취약
사업주가 감정노동자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땅콩회항'과 '무릎 꿇어'로 대변되는 갑질 문화는 우리 사회에서 감정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대구에도 35만4,000여 명의 감정노동자가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공공부문에 2,363명, 민간에 35만1,951명이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 올 초 '대구시 감정노동자 실태조사 및 보호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의 분석 결과다. 전체 종사자의 36.2%나 된다.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감정노동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친절을 강요받고 있는 감정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비난과 욕설, 모욕에 취약한 것이 현주소다.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가 10월부터 대구 달서구 조암로 13에 '대구 FKTU 감정노동자 권익보호센터'를 열고 공공부문에 대한 심리상담과 힐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2일 이 센터에서 김정옥(58) 한국노총 대구감정노동자권익보호센터 총괄본부장을 만났다.
-감정노동자는 누구를 말하나.
"업무수행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실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상시적으로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노동자를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활동이 직무의 50%를 넘을 경우라고 정의했다. 대면, 비대면, 공공서비스, 돌봄 분야로 구분되며 상담과 판매, 관광, 은행원, 항공기 승무원, 공무원, 콜센터·텔레마케팅 종사자 등 물건 판매나 서비스업 종사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대리기사와 택배, 학습지 교사 등 1인 감정노동 직군이 사각지대에 있다."
-대구시가 감정노동자 실태조사도 했다.
"올 4월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에서 감정노동의 원인을 보면 공공부문에서는 '부당하거나 무리한 요구'가 75.4%로 가장 많았다. '고객의 폭언, 폭행'이 63.7%, ‘서비스 평가’는 46%로 조사됐다. 민간부문에서는 '고객의 폭언, 폭행' 이 62.2%, '부당하거나 무리한 요구' 57.5%, '서비스 평가' 43.2% 순이다. 감정노동 수준을 보면 공공부문이 60.4점, 민간부문은 45.9점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 피해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
"지난해 초 대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들 때 대구시 공무원들은 전국에서 걸려오는 욕설 전화에 시달렸다. 밑도 끝도 없이 쏟아내는 폭언에 눈물을 흘린 경우도 많았다. 반품을 요구하는 물건에 하자가 있어 환불이 어렵다고 응답한 텔레마케터에게 욕설을 퍼붓고, 환자 수술 후 간호사에게 폭언을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감정노동의 후유증은 불안과 초조, 화병, 우울증, 대인 기피, 수면장애, 탈모, 두통, 고혈압, 탈진, 과음, 자살에까지 이른다.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국노총은 감정노동자 인권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는 2018년부터 대구시에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장치와 지원책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2019년 7월 대구시가 감정노동자를 위한 보호 조례를 제정했고, 지난해 8~11월 실태조사를 했다.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대구시와 산하 공공부문과 출자출연기관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힐링사업을 펼치고 있다."
-감정노동의 원인은 무엇인가.
"고객은 왕이라는 무리한 요구와 노동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 가부장적 성차별 문화, 사업장의 미흡한 보호체계가 한몫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감정이 소진되고 침해받는 일에 대해 체계적인 예방과 보호 방안, 교육·상담·보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감정노동자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 ‘대구 FKTU 감정노동자 권익보호센터’를 열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감정노동자의 심화치료를 위해 신경정신과가 있는 대구의료원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대구근로자건강센터와 산재병원과도 곧 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대구도시공사와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신용보증재단, 대구의료원, 대구문화재단 등에 근로자 및 관리자 교육을 실시했다. 22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2차 캠페인을 벌이는 등 감정노동 인식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은 무엇인가.
"고객이나 민원인이 폭언과 폭행,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업무를 방해할 경우에 대비해 응대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전화 응대 등 비대면 상황일 경우에는 '자제 요청 및 경고'를 3회하고 '사전 고지 후 녹음'을 한다. '법적 조치 경고' 후 '응대 종료' 하면 된다. 대면 상황일 때는 '자제 및 주변 도움'을 요청하고, '사전 고지 후 녹음이나 촬영'한다. 상급자가 '감정노동자와 민원인을 분리'하고 '응대 종료' 하면 된다. 감정노동자는 별도의 공간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민간부문의 감정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내년에는 조례 개정을 통해 민간부문 감정노동자와 사용자에 대한 권리 교육과 지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부문은 나름대로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고 있지만 민간부문은 여전히 방치된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대구는 중소기업이 압도적이어서 사각지대가 많은 편이다."
-감정노동자 못지않게 사업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겠다.
"사업주나 관리자들이 감정노동자의 말을 직접 듣고 소비자나 민원인의 갑질에 단호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사업주가 감정노동을 소홀히 다루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고객에게 친철하되, 폭언이나 폭행 등 도를 넘는 행위가 발생할 때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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