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상공부, 봉은사 소유 삼성동 10만평 매입
한전 사옥터로 쓰다가 현대차그룹에 10조에 매각
봉은사 "주지 동의 없었고, 경내지 매매 무효" 소송
봉은사 승소 땐 연쇄 파장…정부·불교계·재계 촉각
대한불교 조계종 봉은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제기한 환수 소송의 1심 결론이 24일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사옥 건설 문제와도 연관된 불교계 최대 현안이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오덕식)는 봉은사가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소송의 1심 선고를 24일 연다. 봉은사는 옛 한전 부지를 포함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33만㎡(10만 평) 땅이 본래 봉은사 소유였지만, 박정희 정권이 이를 위법하게 매입했다며 지난해 2월 소유권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소송비용 문제로 전체 부지의 극히 일부분인 150㎡에 대해서만 우선 소송을 냈다.
옛 한전 부지(7만9,342㎡)는 1970년 상공부가 조계종 총무원을 상대로 평당 5,300원씩 사들인 봉은사 땅 10만 평 중 일부다. 해당 토지 소유권은 강남 개발 과정에서 한강을 메우고 새롭게 조성한 땅으로 이전(환지) 됐고, 이후 한전에 넘어갔다. 한전은 지방 이전에 따라 2014년 평당 4억여 원, 총액 10조5,500억 원에 사옥 터를 현대차그룹에 팔았다.
조계종은 2016년 ‘한전 부지 환수위원회’를 출범시켜 "권위주의 정권이 땅을 강압적으로 매입했다"며 소유권 환수를 요구해왔다. 1970년에는 봉은사가 조계종 직영사찰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부와 봉은사가 직접 매매계약을 해야 했지만, 사찰 대표인 주지 스님이 토지 처분에 반대하자 그를 배제한 채 조계종 총무원과 상공부가 거래했다. 조계종은 이 같은 매매 과정이 ‘권한 없는 사람에 의한 계약’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보고 있다.
해당 땅이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매매 자체가 불가능한 사찰 내부 경내지라, 관청의 매각 허가와 무관하게 무효란 주장도 있다. 봉은사 측은 그 근거로 1952년 촬영된 일주문(사찰 첫 입구) 사진을 제시하며, 과거 일주문이 현 위치보다 남쪽으로 1㎞ 떨어진 삼성역 부근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그러나 일주문 위치가 이동하지 않았고, 따라서 경내지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봉은사가 패소할 경우 한전 부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큰 파장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법원에서 봉은사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후폭풍이 예상된다. 토지 소유권이 봉은사에 있다고 인정되면 한전은 토지 매각비를 도로 반납해야 하고, 현대차그룹의 신사옥 건설 계획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토지 거래 과정에서 국가의 불법 행위가 인정될 경우, 천문학적 액수의 국가배상 청구 소송도 뒤따를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소송금액이 워낙 큰 만큼, 조계종이 법적 다툼 대신 정부 또는 한전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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