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대상'의 꽃인 '대상'의 품격이 예전만 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8일 열린 '2021 SBS 연예대상'에서는 '미운 우리 새끼'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아쉽게도 무대 위에 오른 출연진을 위한 트로피는 한 개뿐이었다. 탁재훈은 "상이 하나밖에 없는 거냐"고 했고, 이상민은 "저희 다 주실 거죠?"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탁재훈은 "'미운 우리 새끼' 팀에게 단체로 대상을 줘서 깜짝 놀랐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동엽은 "지금까지 TV를 보시면서 '대상은 누가 탈까?'라고 생각하셨을 거다. 이 자리에 함께 계신 분들도 참 궁금해하셨을 듯하다. 일단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겠다. 여러분의 마음이 다 비슷할 거다. '한 새끼만 주지'라는 마음을 갖고 계셨을 거다. 그런데 제작진 입장에서는 누구 한 사람에게 주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미운 우리 새끼'팀의 수상 이전에도 단체가 대상을 차지하는 일이 있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버지들은 '2019 KBS 연예대상'에서,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했던 네 명의 어머니들은 '2017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2013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아빠! 어디가?'팀이 가장 좋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단체 수상은 '함께' 만들어낸 성과를 '함께' 누린다는 점에서 훈훈함을 자아냈지만, 어딘가 개운치 못한 뒷맛을 안겨줬다. 프로그램에 대한 기여도가 다를 텐데도 출연자들이 모두 '같은' 영광을 얻었기 때문이다. 억울함은 예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장' 애썼던 출연자의 몫이 됐다. 팀이 대상을 받은 '2021 SBS 연예대상'과 '2013 MBC 방송연예대상'의 경우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호명되지도 않았다.
트로피를 남발하면서 상의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과거에는 예능인이라면 누구나 대상을 탐냈다. 그 수가 커리어의 훌륭함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랑하는 이에게 공개적으로 양보할 수도 있는 상이 됐다. '2020 SBS 연예대상'에서 홀로 대상을 받고 감격해 말을 잇지 못하던 김종국은 올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운 우리 새끼'팀이 대상을 받은 후 무대에서 "단체로 하나씩 맞춰주시는 거면 (내 상은) 어머니 이름으로 부탁드린다. 난 하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최우수 프로그램상과 대상의 경계가 낮아진 상황 속, 연예대상은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기보단 모두가 상을 나눠 가지며 즐기는 한 편의 예능처럼 보인다. 시상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조금씩 줄어드는 듯하다. 시청률전문기업 TNMS에 따르면 'SBS연예대상' 1, 2부 평균 시청률은 5.5%였다. 최근 10년 중 이 시상식의 최저 시청률이다.
훌륭한 예능인들이 무수히 많지만, 시상식의 품격은 예전만 못하다. 유명 포털사이트에 '2021 SBS 연예대상'을 검색하면, 대상 수상자 사진 칸은 비어 있다. 이는 마치 시청자들의 공허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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