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뛴 해상운임… 수출 전망 '흐림'
컨테이너선 공급 태부족
내년 2월까지 물류대란 지속 관측
수에즈운하·코로나19로 물류↑
해상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 세계 주요 항만에서 이미 누적된 적체 현상이 그대로인 데다, 성탄절과 내년 설 명절 등을 앞두고 늘어난 수요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 바이러스로 등장한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해상 운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국내 수출기업의 해상 운임의 바로미터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들어 5,000선 턱밑까지 다다랐다. 이에 따른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2011~2019년 지속된 적자에 허덕였던 해운업계는 뜻밖의 높은 흑자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반면, 컨테이너선이 절실한 국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고충은 커지고 있다.
19일 해운업계와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지난 10일 전주 대비 83.92포인트 오른 4,810.98을 기록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9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1FEU(40ft 컨테이너 1개)당 281달러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인 7,300달러를, 미주 동안 운임은 1FEU당 21달러 올라가면서 최고치인 1만644달러를 기록했다. 유럽 항로 운임도 1TEU(20ft 컨테이너 1개)당 7,597달러로, 전주 대비 10달러나 상승했다.
왜 5배나 뛰었나? 수에즈운하·글로벌 온라인소비 증가 탓
이처럼 가파른 국제 해상 운임의 상승은 수요 및 공급의 법칙과 무관치 않다. 지난 10년간 다수의 글로벌 선사가 해운업계의 보릿고개를 이기지 못하고 도산한 탓에 선사는 대폭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물류는 급증했다. 올초 수에즈 운하 사건으로 해상 운임이 한 차례 뛴 상태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실제 컨테이너 운임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1월 1,022.72에 불과했지만, 최근 2년간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달 10일 기준 4,810.98로 5배 가까이 뛰었다.
당초 전문가들은 올 초만 해도 "하반기가 되면 해상 운임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오미크론 발생으로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많은 배가 특정 항만에 집중되면서 항만 인근 바다에 선박 수십 척이 대기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며 "정체 탓에 선박이 정해진 시간에 이동하지 못해 다음에 실어야 하는 물류까지 순차적으로 미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화물을 빨리 수송해야 하는 수요자는 웃돈 주기를 마다하지 않고 이는 다시 운임 평균을 높이는 악순환만 불러오고 있다.
해운업계 '조용한 미소' vs 수출의존 기업 '울상'
국제 해상 운임 상승은 관련업계의 분위기도 바꿔 놓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9,800억 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7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해상운임을 감당해야 할 고객사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최대 5배가량 높게 조정하면서 울상 짓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타이어 업계는 당장 내년 수출 비용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운임 상승 요인뿐 아니라 항만 적체, 선박 부족 등으로 선박 제공이 보장되지 않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며 "특히 단기간에 해상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고 있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예산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역시 불투명한 전망이다. 해운업계는 이런 물류대란이 적어도 내년 2월 말까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명절인 춘절(春節)을 앞두고 (국내외)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수출물량이 늘고 운임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내년 2월 이후이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안정적인 궤도로 들어올지, 아니면 더 악화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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