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열어
미국이 1년여 만에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반도체 공급’ 안정화에 필요한 한국의 역할을 주문했다. 중국 견제 의도를 직접 드러내진 않았지만, 동맹 위주의 시스템 재편을 요구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만큼, 일단 한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경제외교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강화를 모색하기로 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 국무부 경제성장ㆍ에너지ㆍ환경 담당 차관은 17일 열린 6차 SED에서 공급망 협력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SED는 한미 차관급 경제외교 협의 채널로, 지난해 10월 화상 개최 후 1년 2개월 만에 개최됐다.
양측은 인프라, 보건, 기후변화 등 다양한 의제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역시 관심은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의 공급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시 짜느냐에 모아졌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회의 모두 발언에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반도체 수급난은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필수 파트너이자 리더라는 점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미중이 경제ㆍ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핵심 분야.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자칫 미중 갈등의 격랑에 빠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중의 다툼을 떠나 공급망 협력은 한국에도 피할 수 없는 중대 해결 과제다. ‘요소수 대란’ 사태를 계기로 특정국 의존도가 심한 물품의 수급 안정 문제가 대두됐고, 정부는 여러 수입선을 찾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호주를 국빈방문해 광물 공급망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차관은 “미국의 ‘인프라 투자’ 법안과 ‘더 나은 재건’ 법안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이 공통분모를 확인한 만큼 싫든 좋든 앞으로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청정 에너지 분야 등에서 교역 및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간기업의 관여가 공급망 협력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5세대(5G), 차세대(6G) 네트워크 분야 협력 방안, 인프라 민관협력 계획 등도 논의됐다. 당초 페르난데스 차관이 대중 견제 목적이 분명한 ‘인도ㆍ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의 진전된 구상을 제안할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외교부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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