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영남대 화학공학부 대학원생
충전속도를 50배 이상 끌어올린 배터리 개발
실패의 연속, "시간 들인 만큼 성과 나온다" 교훈
"이차전기 관련 기업 입사해 연구 계속 이어가고파"
"처음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 외국 유학을 온 기분이었어요."
경북 경산의 대학원에서 영어라는 복병을 만날 줄은 몰랐다. 연구실 구성원 대부분이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들이었다. 더듬거리던 영어가 입에 익을 즈음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영남대 화학공학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지수(25)씨의 이야기다.
그가 소속된 연구팀은 지난해 고밀도 흑연을 사용해 고성능 알루미늄 이온 배터리를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해당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 대비 충전속도를 50배 이상 끌어올렸다. 해당 연구를 바탕으로 쓴 논문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학술지인 ‘나노 마이크로 레터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학부연구생에서 대학원생으로
"자네 혹시 나와 함께 연구를 해볼 생각 없는가?"
대학교 3학년 때 교수 한 분이 김씨에게 대학원 입학을 권했다. 김씨는 “대학원보다는 취업을 하고 싶다”며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제의를 받은 뒤부터 대학원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겼다. 일주일쯤 지나 친구와 점심을 먹고 강의실로 가다가 연구실에 붙여진 학부 연구생 모집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대학에 입학 후 어떤 일에 열정을 갖고 매달려본 기억이 없었어요. 학부 연구생이 제 대학생활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학부 연구생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은 뒤 전기화학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이기백 교수를 찾아갔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이 교수에게 김씨는 첫 학부 연구생 제자였다. 학부 연구생이 되고부터는 미친 듯이 실험에 매달렸다. 이 교수도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쳤다. 김씨 역시 그를 믿고 학부를 마친 뒤 곧장 대학원으로 갔다.
"Why so serious? Cheer Up!"
"알루미늄 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나?"
2020년 3월, 학부 연구생 시절에 시작한 첫 연구를 마치고 논문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이 교수가 두 번째 연구주제를 제안했다. 알루미늄 배터리는 리튬 배터리와 비교해 선행 연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녹록잖은 주제였다. 하지만 내심 신뢰하고 있는 교수가 제안할 때는 충분히 이유가 있으리란 생각에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실험은 망망대해에서 섬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았다. 오랜 시간을 인내심을 가지고 노를 저어야 했다. 김씨는 알루미늄 배터리에 대해 1년 반을 연구해 결과를 얻어냈다. 성공까지는 50번 이상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패배감이나 열등감, 우울감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실험 과정에서 수많은 고배를 마셨어요. 그럴 때마다 힘을 북돋아 준 것은 실험실 동료들이었어요. 실험에 실패한 후 끙끙대며 돌파구를 고민하고 있을 때 색다른 방법을 제안해주기도 했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텼어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시간을 들이면 반드시 결과가 나온다"는 교훈과 함께 큰 성취감을 얻었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제대로 부딪혀서 안 될 일은 없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김씨의 올해 목표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다.
"배터리 개발 부서에서 일하고 싶어요. 제가 개발해 낸 배터리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고 연구했던 경험을 살려 배터리 개발도 성공해 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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