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바람 잘 날 없는 '국민가수'다. 부정 투표 논란으로 고개를 숙인지 얼마 되지 않아 생중계 도중 출연진의 순위를 잘못 공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장에 있는 MC 김성주의 순발력으로 제작진의 실수가 수습됐지만 시청자들의 공분은 피할 수 없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는 TOP7 진출자들을 생중계로 발표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결승전 1라운드 10위, 첫 탈락자를 발표했고 스크린에 이병찬이 10위로 이름을 올렸다. 그간 이병찬이 투표 순위 1위를 차지했던 만큼 객석에서는 "뭐야"라는 소리가 크게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는 제작진의 자막 입력 오류로 인한 방송 사고로 정정됐다. 김성주는 사태 파악을 위해 "제가 갖고 있는 결과와 다르다. 확인해야 한다"면서 공식적인 발표를 미뤘다. 노련한 MC의 빠른 진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병찬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출연진의 탈락 여부를 앞두고 제작진의 실수가 낳은 황당한 상황이었다.
김성주는 출연진의 지난 순위를 다시 짚으면서 제작진이 화면을 수정할 시간을 벌었다. 김성주는 거듭 제작진에게 "다시 확인해달라. 한 번 발표가 되면 돌이킬 수 없다. 시간이 걸려도 정확하게 말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주의 애타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화면에는 또다시 '이병찬'이 10위에 등장했다. 결국 김성주가 구두로 "10위는 김영흠"이라고 정정 발표하면서 순위식은 가까스로 이어졌다.
늦은 시간까지 문자 투표를 받았던 '국민가수'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많은 이들이 분개했다. 이튿날인 17일까지 '국민가수'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제작진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제작진은 "최종 점수 집계까지 무사히 완료했으나 화면에 송출할 점수 집계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10위의 이름이 잘못 기재되는 실수가 발생했다. 수정을 마쳤으나, 현장 스태프가 잘못 입력한 파일을 다시 화면에 송출하는 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분들과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 발표를 기다린 출연자분들께 심려를 끼쳐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국민가수', 부정 투표 논란에 이어 순위 발표 실수…신뢰도 어쩌나
이로써 '국민가수'의 신뢰도는 바닥을 향했다. 특히 '국민가수'는 최근 부정 투표 논란을 인정하면서 신뢰도와 검증 문제로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앞서 일부 시청자들이 허위 정보를 이용해 중복 투표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국민가수' 공식 투표 모바일 앱인 쿠팡 플레이는 지난 7일 부정 투표 논란을 인정했다.
쿠팡 플레이는 이용자 게시판을 통해 "전체 투표 중 1% 미만의 투표가 허위 정보를 이용해 생성된 불법 계정을 통해 중복적으로 이뤄진 투표다. 기존 투표 집계를 바로잡고, 중복투표 내역이 참가자 순위 및 당락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TV조선의 책임론 대두
그럼에도 '국민가수' 제작진의 안일한 시스템으로 불거진 부정투표라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아울러 제작진이 아닌 시청자들의 의혹 제기로 불거진 의혹이기에 뒤늦은 상황 파악도 문제시됐다.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도'다. 특히 대중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공정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제작진의 미숙한 대처와 시스템은 결국 '국민가수'의 이미지 저하로 이어졌다.
집계 논란을 연이어 만든 제작진과 TV조선은 시청자들의 응원 보답과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다. 방송이 끝난 후 TV조선의 책임론이 강하게 등장했다. 지난해 3월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생방송 문자 투표 집계를 다 끝내지 못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던 김성주는 당황함을 금치 못하며 제작진 대신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이번 '국민가수'의 집계 발표 실수는 '미스터트롯'의 사태를 고스란히 떠올리게 만들었다. 제작진은 '실수'라 표현했지만 TV조선 서바이벌 계보에 '흑역사'를 또 다시 추가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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