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에 대기업 음식쓰레기 악취... 주민들 "문 못 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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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 대기업 음식쓰레기 악취... 주민들 "문 못 열어요"

입력
2021.12.17 04:00
수정
2021.12.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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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나 폐기된 CJ제품
3년 간 논산 득윤리 공장에 방치
민원·행정조치에도 '나 몰라라'

16일 충남 논산시 광석면의 한 공장에서 굴삭기 작업자가 무허가 폐기물업체가 불법처리한 유통기한이 지난 CJ 생산 포장음식제품을 한 곳에 모으고 있다. 논산= 이준호 기자

“말도 마유. 가구 공장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음식쓰레기 때문에 악취가 진동하고, 파리떼가 들끓어 3년 동안 문도 못 열어 놓고 살았어유."

16일 충남 논산시 광석면 득윤3리 마을에서 만난 홍모(66)씨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홍씨 말대로 이 마을에 들어서자, 20여 가구 사이에 자리 잡은 3,000㎡ 규모의 주방가구 공장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악취가 진동했다. 공장에서 빗물과 섞여 흘러나오는 침출수 역시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배수로로 유입되고 있었다. 홍씨는 "겨울에도 이렇게 냄새가 진동하는데 한여름에는 얼마나 심했겠느냐"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다른 마을 주민들도 "냄새와 파리 때문에 살기 힘들었지만 동네 사람들이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고 했다.

이날 공장에서는 소형 굴삭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음식폐기물을 한쪽으로 모으는 장면이 목격됐다. 작업 중인 굴삭기 기사는 "어제부터 음식폐기물 반출 작업을 시작해 오전에 차량 3대로 우선 실어 날랐다"며 "수거 차량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굴삭기 작업을 지시하던 다른 작업자는 "오늘 작업은 CJ대한통운 측과 계약한 것"이라며 "이곳으로 폐기물을 반입한 업체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굴삭기 작업자 얘기대로 이날 공장에 쌓여 있던 음식폐기물 포장지에는 대부분 CJ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대부분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한 제품들로,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CJ대한통운 수원반품센터에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충남 논산 광석면의 한 공장 통로에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한 CJ 생산 포장음식 제품이 쌓여 있다. 논산= 이준호 기자

용인에 있던 쓰레기가 어떻게 논산까지 오게 됐을까. 논산시 등에 따르면 이 마을의 쓰레기 문제를 유발한 업체는 CJ대한통운에서 퇴사한 A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8년 4월 차명으로 임가공업체를 설립한 뒤, CJ대한통운으로부터 음식폐기물 처리를 위탁받아 처리해 왔다. 하지만 A씨 회사는 지자체에서 음식폐기물 처리업 허가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논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마을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4차례에 걸쳐 음식폐기물을 처리하라는 행정조치를 해당 업체에 내렸다. 하지만 업체는 논산시 주문에 응하지 않았고, 계약서 등 시에서 요구한 관련 서류도 1년 넘게 제출하지 않았다.

논산시 관계자는 "행정조치 명령을 내리고 서류 제출을 요구하면, 업체에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이행 기간이 만료될 때쯤 연락해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CJ대한통운에서 음식쓰레기가 반입된 것도 자체 조사를 통해 겨우 파악했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1,800톤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200톤 정도가 치워진 상태다. 논산시는 지난해 10월, 올해 7월과 9월 등 3차례에 걸쳐 해당 업체를 고발해 놓은 상태다.

마을 주민들의 피해 상황이 알려지자, 무자격 업체와 계약한 CJ를 향한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해당 업체와는 지난해 초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측은 "무허가 업체였고 폐기물을 몰래 방치한다는 사실을 지난달 초 관계당국을 통해 인지했다"며 "관리감독 등 법률적·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현재 폐기물 처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산= 최두선 기자
논산=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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