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홍콩 입법회의원 선거]
경찰총수 "외로운 늑대, 테러 공격" 경고
보안법 시행으로 민주진영 사실상 궤멸
선거 결과 뻔해...등돌린 민심, 투표 외면
홍콩 입법회(우리의 국회)의원 선거가 19일 치러진다. 지난해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민심을 묻는 첫 선거다. 하지만 결과는 보나마나다. 중국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기조를 밀어붙이면서 민주진영이 사실상 궤멸됐기 때문이다. 이에 홍콩 당국은 선거 승리보다는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는 산발적 돌발사태 차단에 치중하고 있다.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장(경찰청장 격)은 15일 인터뷰에서 “거리 순찰을 강화하고 긴급상황에 대처할 신속대응팀을 배치했다”며 “선거 당일 외로운 늑대의 공격이나 테러 세력의 방해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경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투표소를 포위하거나 선거 보이콧을 주장하는 행위에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7월 1일 홍콩 주권반환기념일 당시 50대 남성이 흉기로 경찰관을 찌르고 자결한 사건을 거론하며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홍콩 반부패수사기구인 염정공서(ICAC)는 이날 투표 불참과 백지 투표를 선동한 혐의로 남녀 4명을 체포했다. 전 홍콩대 학생회장 등 6명도 같은 혐의로 붙잡혔다. 홍콩을 탈출해 호주에 머물고 있는 테드 후이 전 입법회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선거의 부당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존 리 정무장관은 담화를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외국 세력이 여전히 잔존해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진영은 2019년 11월 입법의원(구의원 격) 선거에서 의석의 86%를 싹쓸이했다. 반면 이번에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당국이 보안법 시행에 따라 충성서약을 강요하면서 출마 자격 자체를 박탈한 탓이다. 입법회 90개 의석을 놓고 154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이 중 친중파를 제외한 중도성향 인사는 13명(8%)에 불과하다. 그나마 선거로 뽑는 입법회의원을 기존 35명에서 20명으로 대폭 줄여 민의가 반영될 통로를 원천 봉쇄했다. 90석 가운데 나머지 30석은 무역기반 직능단체, 40석은 중국에 충성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명한다.
당초 이번 선거는 지난해 9월 치러질 예정이었다. 캐리 람 행정장관(정부 수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선거를 1년 늦췄다. 최대 14일로 제한한 선거연기 규정을 무시했다. 홍콩 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조슈아 웡을 비롯한 야권 유력주자들이 출마 자격을 빼앗겨 여론의 반발이 고조될 때였다. 그대로 선거를 강행했다간 친중 후보들이 대거 낙선할 상황이었다.
이후 보안법의 위세에 눌려 정치지형이 달라졌다. 법 시행 1년간 114명이 체포되고, 61명이 기소됐다. 민주진영 의원들이 항의 표시로 총사퇴해 입법회를 친중진영이 장악했다.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면서 홍콩 민주화 열기가 급격히 위축됐다. 그렇게 중국이 원하는 구도로 짜맞춘 상태에서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16일 “홍콩 야당과 폭도들의 방해로 100건이 넘는 민생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올해 3,282억 홍콩달러(약 49조7,400억 원) 규모의 예산지출을 승인하고, 법안 검토에 소요된 시간은 과거 4년간에 비해 71% 줄었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홍콩 주민들의 삶을 위해 입법회에서 반정부세력을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접은 유권자들은 선거에 등을 돌렸다. 지난달 23일 홍콩 민의연구소 설문에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52%에 그쳤다. 5년 전 선거에 비해 31% 줄어든 수치다. 응답자의 60%는 자신의 선거구에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몰랐다. 전문가들은 최종 투표율이 30%에도 못 미쳐 매우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화 열망으로 들끓던 2019년 구의원 선거 투표율은 사상 최고인 7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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