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시진핑-푸틴 화상 정상회담]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대면회담 앞서
美 압박에 맞서려 화상연결 밀착 강조
시진핑 "민주, 인권 내세워 내정 간섭"
푸틴 "이간질 말라" 반대 입장 한목소리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협공에 나섰다. 15일 화상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패권 행위에 반대한다”고 날을 세웠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스포츠 정치화에 반대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로 싸잡아 비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구 동맹국들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며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자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일부 세력이 민주와 인권을 내세워 중국과 러시아 양국 내정에 간섭하고 국제법과 공인된 국제관계 준칙을 난폭하게 유린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공평과 정의를 확고히 수호하고 다자주의와 규칙의 탈을 쓴 패권행위와 냉전적 사고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내정 불간섭과 상호 이익을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 윈윈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 모두 미국을 겨냥해 내정 불간섭을 거론한 것이다. 중국은 대만·신장위구르·홍콩,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항미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러중 관계는 21세기 국가 간 협력의 모범”이라며 “중국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고 중러 이간질 시도에 반대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상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는 역사상 유례없는 가장 좋은 시기(푸틴)”, “2013년 이후 37차례 회담을 했다(시진핑)”라며 각별한 우의를 과시했다.
중국과 미국이 충돌하고 있는 최대 현안인 베이징올림픽과 관련, 시 주석은 “한 달여 후에 베이징을 찾아 개막식에 참석해 중국의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지지를 과시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올림픽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는 다른 국가 정상들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일찌감치 “베이징에 가겠다”고 선언해 중국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시 주석은 “올림픽을 계기로 양자 관계,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누길 바란다”며 “새로운 중요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곧 중국을 방문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길 기대한다”면서 “러시아는 스포츠를 정치화하려는 시도를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조하면서 “양국 교역량이 올해 11월까지 1,230억 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며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수치도 제시했다. 아울러 “러시아와 중국은 원자력공학 등 에너지 분야와 산업, 첨단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대규모 공동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계가 껄끄러운 미국과 달리 중러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면을 넓혀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이날 회담은 1시간 14분가량 진행됐다. 지난달 16일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화상 정상회담이 3시간 17분간 열린 것에 비춰 채 절반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내년 2월 초 베이징에서 대면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일단 중러 양국이 결속하는 모습을 통해 미국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양국 협력의 구체적 성과는 내년 베이징 회담 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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