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외교보좌관 “美中사이 줄타기 걱정”
아랍에미리트(UAE)가 최신예 전투기 F-35를 포함해 23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하는 미국산 첨단 무기 구매 협상을 전격 중단했다. 미국이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기술 사용을 제한하라고 UAE를 압박하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협상력을 높여 거래를 유리하게 풀어가려는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UAE는 미국에 전투기 구매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UAE 당국자는 “기술적 요구, 자주적 운영 제한, 비용 대비 효과 분석 등에 따라 무기 구매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여전히 최우선 방위 공급자로 남을 것이며 F-35 구매 논의는 향후 재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지난해 F-35 50대와 MQ-9B 무인기(드론) 18대 등을 판매하기로 UAE와 합의했다. 미국 중재로 UAE와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은 데 따른 반대급부로 해석됐다. 두 나라는 미국과 함께 ‘반(反)이란’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전날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UAE 수도 아부다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담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UAE와 중국의 밀착 관계를 줄곧 경계해 왔다. 중국은 UAE의 주요 교역국이고, 화웨이는 UAE에 통신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미국 무기 체계에서 민감한 정보와 기술을 빼돌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UAE에도 화웨이 사용 중단 등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 군사장비 사용자에게 제시하는 조건은 보편적인 것으로 협상 불가하며 UAE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라 레스니크 미 국무부 지역안보 담당 차관보도 최근 CNN에 출연해 “F-35는 미 공군에겐 왕관에 박힌 보석 같은 것이다. 우리는 모든 파트너 국가에 기술 안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UAE는 미국의 의심을 딱 잘라 부인한다. 아울러 미국이 무기 기술 보호 명목으로 요구하는 조건이 지나치게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주권을 침해한다고 여기고 있다. 안보 동맹인 미국과 교역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 끼어 자칫 갈등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도 우려스럽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교보좌관은 지난주 미국 아랍걸프국가연구소 연설에서 “우리가 걱정하는 건 미중 간 극심한 경쟁과 신냉전 속에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봄에는 아부다비항에 건설 중이던 중국 시설을 두고 미 정보기관이 “중국의 비밀 군사 기지”라는 의혹을 제기해 결국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가르가시 보좌관은 “UAE는 미국의 우려를 고려해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며 “이 시설이 군사용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UAE 군 고위급 대표단은 15일부터 이틀간 미 국방부를 방문한다. 무기 협상 중단 이전부터 예정돼 있던 일정이다. WSJ는 “국방 회담 하루 전에 UAE가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은 향후 구매 조건을 자국에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애초 회담 목적은 양국 간 광범위한 국방 협력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 만남에서 F-35 문제도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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