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전망에 급등하던 코인
긴축 카드에 급락...이제는 美기술주와 동조
그때 그때 바뀌는 이유에 투자자 혼란
지난달 초 7만 달러를 바라보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새 30% 넘게 폭락하며 4만6,00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주요국의 가상화폐 규제 강화에 짓눌려 3만 달러 밑까지 추락했던 게 지난 7월 말쯤이니, 불과 넉 달 만에 급락과 급등 다시 급락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된 셈이다.
가상화폐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할 때마다 따라붙는 이유도 춤추는 가격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다. '인플레이션 피난처' 역할을 하는 자산이란 이유로 가격이 치솟다가도, 인플레가 부채질한 조기 긴축 우려가 불거지자 투자심리는 또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최근엔 주류자산에 편입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 증시와 유사한 등락 흐름도 감지된다. 명확한 이유없이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다 보니, 가상화폐를 투자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시장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긴축 우려 '악재'로... 한 달 새 30% 폭락
14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후 3시 20분 기준 4만6,600달러대를 기록했다. 6만9,000달러를 넘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던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약 한 달 새 32%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 달 사이 벌어진 급락장에 대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는 위험 회피 현상 때문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이 연일 금융 긴축을 강조하면서, 가상화폐 부흥을 이끌었던 유동성을 회수할 거란 우려가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Hedge·위험회피)용 수단으로 부각되며 몸값이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자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金)'으로 불리며 '안전자산' 대접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 급락은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미 연준의 긴축 카드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든다고 해도, 인플레가 지속되는 한 헤지 수단인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시중 유동성이 메마른다고 '금' 등 다른 인플레 헤지 자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이 시장에서 진정한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주류 편입해도 여전한 '위험자산'... "변동성 치명적"
최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기술주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도 강화되고 있다. 당연히 긴축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도 심해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오미크론 사망자 발생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경계심에 나스닥(-1.39%)이 낙폭을 확대하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도 줄줄이 급락했다.
이 같은 비트코인 가격 급등락에 시장에선 비트코인의 자산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에서 최초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며 비트코인이 주류 자산으로 편입됐다는 기대가 높아졌으나, 최근 들어 이 같은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인플레 우려와 긴축 등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등장할 때마다 일관성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는 가상화폐를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가상화폐가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변동성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은 아직 구체화된 게 없다"며 "여전히 변동성은 치명적이며 인플레 헤지용 같은 특성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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