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18일 국민투표
가결되면 FTA 체결 추진 차이 정권 치명타
반중 노선 힘 빠질 우려...야당 지지 여론 우세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에 맞서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기로에 섰다. 18일 치러지는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미국과의 관계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 2024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 여론이 흔들린다면 줄곧 반중 노선을 표방해온 차이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민투표에 회부된 4가지 안건 중 최대 관심은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을 함유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관한 것이다. 차이 정부가 올해 1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입을 강행했지만 소비자 건강과 생명을 앞세운 야당의 반발로 대만 유권자의 심판대에 올랐다.
대만에서 돼지고기 수입은 단순히 먹거리 문제가 아니다. 수교국이 14개로 쪼그라들어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된 대만이 외교적 활로를 모색하려면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나 다름없다. 집권 민진당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수입 규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만은 미국과 FTA 전 단계인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체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5년간 “대만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미국의 몽니에 협상을 중단했다가 올해 겨우 재개했다. 돼지고기 수입 결정 덕분이다.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경제를 상당부분 중국에 의존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해있다. 대만의 대중 수출은 전체의 44%에 달한다. 미국과의 협력수준을 높여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차이 정권의 반중 행보는 한낱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만과 미국은 지난달 양측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경제대화)’를 1년 만에 다시 열어 산업 공급망, 디지털 경제, 5세대(5G) 이동통신 안보, 과학기술, 무역, 투자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며 공조를 과시했다. 중국 정부와 매체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맞선 정면 도전”, “대만에 보내는 잘못된 신호”라며 TIFA와 경제대화에 격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은 대만이 9월 신청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도 직결돼 있다. CPTPP는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요구하는 만큼 돼지고기 수입 금지는 불필요한 무역장벽으로 간주될 수 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올해 경제자유화 지수에서 대만은 전 세계 6위(중국은 107위)에 올라 CPTPP 회원국 평균(31위)보다 훨씬 상위에 랭크됐다. 이에 차이 총통은 11일 국민투표 지지 촉구 유세에서 “수입품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해야 전 세계가 대만을 신뢰하고 국제기구에 대만 참여를 지지할 것”이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돼지고기 수입 금지에 반대하는 투표를 꼭 해달라”고 읍소했다.
다만 여론은 차이 정권에 호의적이지 않다. 대만 매체 ET투데이가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야당이 주장하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에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37.6%에 그쳤다. 11월 30일 설문에서 차이 총통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46.8%로 집계돼 10월(54.4%)에 비해 7.6%포인트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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