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빙하 지탱하는 빙붕, 따뜻한 해수에 침식
빙붕 균열 관측… 빙붕·해저산맥 분리도 가속화
남극 대륙에서 가장 큰 빙하 중 하나인 ‘스웨이츠 빙하’ 일부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향후 5년 안에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이츠 빙하는 영국 본토, 미국 플로리다주(州)와 비슷한 면적으로, 다 녹아내릴 경우 지구에 재앙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둠스데이(종말의 날) 빙하’라고도 불린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국제스웨이츠빙하협력(ITGC)은 지난달 스웨이츠 빙하 동쪽 빙붕(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을 위성 촬영한 사진에서 사방으로 뻗은 균열을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한 빙하학자 에린 페티트 미국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자동차 앞 유리에 균열이 생기면 작은 충격만 가해져도 거미줄처럼 수백 개 유리 조각으로 산산조각이 나듯, 동쪽 빙붕이 균열로 인해 3~5년 내에 갑자기 붕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웨이츠 빙하는 해마다 500억 톤씩 녹고 있다. 지구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대략 4% 수준이다. 하지만 이 빙하의 3분의 1을 받치고 있는 동쪽 빙붕이 산산조각 나면 얼음이 녹는 속도가 더 빨라져서 이 수치가 2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스웨이츠 빙하가 완전히 녹을 경우, 해수면 높이가 65㎝ 이상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스웨이츠 빙하의 동쪽 빙붕은 앞면이 해저 산맥에 고정돼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지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따뜻한 바닷물이 빙붕 아래로 흘러들어 빙붕을 침식시키면서 지지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빙붕에 균열이 생긴 것도 이 버팀목의 불안정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10년 안에 빙붕이 해저 산맥에서 분리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계속되는 균열 탓에 결국 붕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빙붕이 무너지면, 빙붕이 보호하고 있던 육지 위 빙하도 바다로 흘러내리게 된다.
ITGC는 지난 30년간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스웨이츠 빙하가 녹는 속도가 두 배 빨라진 사실도 확인했다. 스웨이츠 빙하가 녹으면 서남극 다른 빙하들의 불안정성도 커져 해수면 상승은 가속화한다. ITGC 미국 측 간사 데드 스캄보스 박사는 “스웨이츠 빙하는 해수면을 60㎝가량 상승시킬 수 있지만, 주변 빙하까지 가세하면 해수면이 3m 이상 높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ITCG는 영국 자연환경연구위원회(NERC)와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지원하는 5개년 연구 프로젝트다. 영국과 미국 외에도 한국 독일 스웨덴 뉴질랜드 핀란드 등의 과학자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날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 회의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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