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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 물고기 떼죽음에 발등 불붙은 배터리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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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 물고기 떼죽음에 발등 불붙은 배터리 업체들

입력
2021.12.14 04: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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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집단 폐사하자 폐수 생태독성 검사
기준 최대 8배 초과... 조업정지 처분 수준
경북도, 염으로 보고 행정처분 유예했지만
염 증명 절차 복잡·시간 걸려 업체들 '비상'

경북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와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업체 위치도.

경북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와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한 업체 위치도.

경북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위치한 국내 굴지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인근 항만의 물고기 집단 폐사로 방류수 생태독성 검사를 받았다가 조업정지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와 비상이 걸렸다. 관리 감독기관인 경북도는 폐수의 독성 성분이 바다로 흘러들어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염(鹽)’으로 보고, 해당 업체가 염으로 증명할 때까지 1년간 행정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염 인정 절차가 복잡하고 인증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어, 배터리 업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13일 경북도와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 내 폐수배출업소 6곳에 생태독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지이엠에서 각각 배출기준(2TU)의 8배와 4배를 초과하는 수치가 나왔다. 생태독성 검사 결과 기준을 초과해 폐수를 배출한 것으로 드러나면 개선명령이 내려지고, 기준치의 3배를 초과하면 조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경북도는 그러나 두 업체의 행정처분을 미뤘다. 산업폐수의 생태독성 검사에는 담수에 서식하는 물벼룩이 이용되는데, 독성 성분이 담수생물에 치명적인 염으로 판명돼 기준을 초과해도 허용된다. 염은 염분이 있는 바다 생태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배터리 관련 제조업체 특성상 염 배출이 많아 두 업체의 방류수도 염 때문에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보고 행정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관련 기관에 생태독성 원인이 염에 의한 것인지, 염 이외의 물질에 의한 것인지 분석을 의뢰했다.

문제는 독성 물질이 염이라는 것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경북도가 1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생태독성 초과 원인을 염으로 인정받기 위한 행정절차가 복잡한 데다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1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지이엠은 방류수에 염 성분이 많아 새 공장터로 바다를 접하고 있는 포항을 택했고, 2018년과 2019년 차례로 영일만 산업단지에 공장을 준공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축전지(배터리) 업종도 생태독성 법 적용을 받게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두 업체는 지난해 6월부터 염 인정을 받기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갔지만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인정 절차가 복잡한 데다 공장을 계속 확장하면서 방류수 양이 늘어나 절차를 다시 밟으면서, 지금까지 첫 단계인 보고서 작성도 끝낼 수 없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염 인정을 받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했지만 공장이 확대되는 바람에 지체됐다”며 “행정처분 유예기간에 증명해 내려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죽천리 죽천항 인근 C수산업체 내 수족관에서 도다리 수백 마리가 지난 8월 28일 폐사해 배를 드러낸 채 물 위에 떠 있다. C수산업체는 죽천항 앞바다의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C수산업체 제공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죽천리 죽천항 인근 C수산업체 내 수족관에서 도다리 수백 마리가 지난 8월 28일 폐사해 배를 드러낸 채 물 위에 떠 있다. C수산업체는 죽천항 앞바다의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C수산업체 제공

이번 생태독성 검사는 올 8월 영일만 산업단지 바로 옆 죽천항 인근의 C수산업체가 바닷물을 끌어들였다가 수족관에 보관 중이던 가자미 수백 마리가 죽자, 포항시에 원인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면서 진행됐다. 포항시는 폐사어를 확보하고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폐수가 바다로 흘러나가는 지점에서 물을 떠 검사했지만, 중금속과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물고기 집단폐사가 배터리 업체의 폐수 때문이라는 연관성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며 “영일만 산업단지가 조성된 흥해읍 죽천리 일대 토양에 산성 성분이 많아 흙에 있던 산성 성분이 빗물에 녹아 흘러내리면서 죽천항 일대 수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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