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죽는다.”
‘청년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배하는 북한이 요즈음 청년을 다루는 방식이다. 2030세대에 무한한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한류 등 외부문물을 접하는 이들을 엄하게 처벌하는, 이중적 속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직 30대(1984년생)인 데다, 스위스 유학 경험까지 있는 김 위원장이 ‘또래’들에게 너그럽지 못한 이유는 청년세대가 그의 ‘아킬레스건’이 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도 처음엔 북한의 미래와 김정은 체제의 근간은 청년에 있다고 굳게 믿었다. 2016년 8월 당ㆍ군과 함께 김씨 왕조를 떠받드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9차 대회를 23년 만에 개최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당의 후비대, 척후대, 익측부대로서의 사명과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나가리라 확신한다”며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북한의 시대정신으로 부상한 ‘청년정신’은 젊고 유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청년을 친위부대로 삼고자 했던 김 위원장의 구상은 금세 위기를 맞았다. 맹목적 충성은커녕 2030의 체제 이탈 속도가 가장 빨랐던 것. 집권 첫해인 2012년 미키마우스와 곰돌이 푸가 등장하는 공연을 직접 관람했던 그도 놀랄 만큼 외국 문화는 북한 전역에 삽시간에 스며들었다. 특히 한류 전파가 도드라졌다. 젊은이들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대사를 흉내내고,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춤을 따라하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돌려 봤다. 북한 지도층과 김 위원장의 두려움이 커진 건 당연지사. 어느덧 청년은 체제 전복의 최대 위협 세력으로 떠올랐다.
더 큰 문제는 청년세대의 ‘성장 환경’에 있었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유년기를 겪어 당의 배급보다 ‘장마당’이 더 익숙하다. 어릴 때부터 장마당으로 흘러 들어온 서방의 물건들을 접해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크다. 당에 빚진 것도, 바라는 것도 없는, 개인주의로 무장한 ‘북한판 MZ(밀레니얼+Z)세대’인 셈이다.
사상 통제와 단속은 그래서 중요해졌다. 북한 당국이 2019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올해 9월 ‘청년교양보장법’을 연이어 제정한 것도 다 청년을 겨냥한 것이다. 남조선 문화를 접하다 적발되면 최고 사형까지 받을 만큼 처벌 수위가 세다. 규제 일변도 청년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난의 행군에 버금가는 경제난으로 2030세대에 물질적 보상을 줄 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탓이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13일 “김정은 시대 향후 10년의 성공을 담보하는 열쇠는 청년”이라며 “지금처럼 통제와 정치적 위치 제고라는 상징적 보상을 병행하는 관리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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