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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시드도 좌절했던 안나린, '수석'으로 LPGA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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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시드도 좌절했던 안나린, '수석'으로 LPGA 진출

입력
2021.12.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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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린이 10월 16일 전북 익산의 익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3번홀을 버디로 마친 뒤 홀아웃하고 있다. KLPGA 제공

안나린이 10월 16일 전북 익산의 익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투어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3번홀을 버디로 마친 뒤 홀아웃하고 있다. KLPGA 제공

안나린(25)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전권을 놓고 2주간 8라운드를 도는 ‘지옥의 레이스’ 퀄리파잉(Q) 시리즈에서 수석 합격했다. LPGA Q시리즈에서 한국 선수가 1위를 차지한 건 2018년 이정은6 이후 3년 만이다. 최혜진(22)과 홍예은(19)도 각각 공동 8위, 공동 12위에 올라 내년 LPGA 투어를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게 됐다.

안나린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도선 하일랜드 오크스 골프장(파72·6,356야드)에서 열린 Q시리즈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8라운드 합계 33언더파 541타로 정상에 올랐다.

선두 폴린 루생-부샤르(프랑스)에 5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안나린은 마지막 3개 홀에서 버디 2개를 잡아내는 뒷심을 발휘해 루생-부샤르를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루생-부샤르는 이날 이븐파 72타에 그쳤다.

안나린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지난해 2승을 거뒀고, 올해는 상금랭킹 9위에 오르는 등 정상급 경기력을 과시했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골프 팬들에게는 낯선 선수였다. 안나린의 골프 구력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초등학생 때 시작한 동료들과 달리 그는 중학교 2학년이라는 늦은 나이에 골프를 접했다.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난 미국 하와이에서 아버지와 한 라운드가 골프의 시작이었다. 안나린은 “아버지가 골프를 권했지만 가만히 서서 공만 치는 게 재미 없을 것 같았다”며 “커 가면서 TV에 나오는 골퍼들이 멋있어 보였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생활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유년 시절 태권도 선수로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가지고 있는 안나린은 빠르게 골프 기술을 익혀 나갔다. 항공사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때 ‘골프 천국’ 제주로 이사를 간 것이 그의 골프 인생에 날개를 달아 줬다. 하지만 구력 차이를 따라잡기에는 아마추어 시절이 너무도 짧았다. 안나린은 엘리트 선수라면 거치는 국가대표는커녕 상비군에도 들지 못했다. 2014년과 2015년 KLPGA 정규투어 진출을 위한 시드순위전 본선에서도 각각 79위와 134위에 그치며 2차례나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듬해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 46위로, 어렵게 2017년 KLPGA 투어 카드를 받은 뒤부터 골프에 새롭게 눈을 떴다. 데뷔 첫해 카이도 여자오픈과 이듬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가능성을 보이더니, 지난해 KLPGA 2회 우승, 올해엔 톱10 11회, 상금랭킹 9위에 오르며 꾸준한 기량을 유지해 왔다.

그의 장기는 쇼트퍼팅이다. 2~3m 거리의 퍼팅은 언제든지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안나린의 올 시즌 평균퍼트 수는 29.52개로 박현경(29.45개)에 이어 투어 전체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정교한 퍼트 실력의 소유자다.

안나린은 Q시리즈에 수석으로 합격하면서 내년 LPGA 투어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안나린은 “Q시리즈에서 우승하게 되어 굉장히 만족스럽다”면서 “지금까지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Q시리즈는 최종 성적 1~45위까지 내년 LPGA 투어 출전권을 얻는데 20위 내에 들면 대부분의 주요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17언더파 557타를 쳐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친 최혜진도 내년 LPGA 투어에 안정적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KLPGA에서 통산 10승, 대상 3연패라는 기록을 세운 최혜진은 내년 LPGA 투어에서 안나린과 함께 신인왕에 도전한다.

신예 홍예은도 13언더파 561타로 공동 12위에 이름을 올려 내년 LPGA 투어 출전자격을 얻었다. 김민지와 박금강은 아쉽게 45위 밖으로 밀려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뛰게 됐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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