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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美 남부 12월 초강력 토네이도... 이상고온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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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美 남부 12월 초강력 토네이도... 이상고온 때문일까?

입력
2021.12.12 16:3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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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미국 켄터키주 볼링그린의 한 공장 건물이 11일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다. 볼링그린=로이터 연합뉴스

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미국 켄터키주 볼링그린의 한 공장 건물이 11일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다. 볼링그린=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부를 강타한 초강력 토네이도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구 온난화로 평년 겨울과는 다르게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이 이례적인 12월 초강력 토네이도를 불러왔다는 이야기다. 다만 토네이도의 발생 원인을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히 밝혀내지 못한 만큼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엔 조심스럽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빅터 젠시니 노던일리노이대학교 기상학 교수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12월 이상 고온 현상이나 라니냐 등이 토네이도 발생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젠시니 교수는 “어제 같은 (강력한 토네이도) 사건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실히 말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토네이도) 피해를 보고 ‘뉴 노멀’이냐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토네이도의 발생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산불, 폭염 등 다른 기상이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유지 시간이 짧아 아직 연구가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토네이도의 ‘원재료’ 격인 뇌우가 생기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표면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상공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면 지표면의 습기가 상승하면서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뇌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토네이도가 발생하기 직전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12월이라는 시점에선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테네시주 멤피스는 전날 영상 26도를 기록했다. 12월 기온으로는 1918년 24도를 기록한 이후 103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다른 남부지역에서도 21∼26도의 늦봄,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 고온 현상이 관측됐었다. 이런 따뜻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한랭전선과 만나면서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과 NWS의 폭풍 예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역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던 토네이도 15개 가운데 12월에 발생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기후변화 정책을 연구하는 ‘혁신연구소’의 지크 허스파더 국장도 WP에 “미국 중서부, 남부, 그레이트플레인스(대평원) 지역에서 이런 뇌우의 빈도, 강도가 기후변화에 따라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젠시니 교수 역시 “분명한 사실은 지구의 꾸준한 온난화로 인해 광범위한 기상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과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꽤 분명해진다”라고 말했다. WP는 젠시니 교수의 지적이 올해 여름에 발표된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보고서에 담긴 내용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인간이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계속 배출하면서 기후 관련 재난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으며,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성급한 결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럴드 브룩스 NOAA 선임과학자는 “겨울철 토네이도 횟수가 늘어난다는 증거가 나올 수도 있지만, 통계적으로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표본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WP는 미국 당국이 2018년 내놓은 국가기후평가 보고서도 지구 온난화가 토네이도와 뇌우 등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자신있게 예측할 만큼 상세하지 않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날씨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정량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며 “환경보호청(EPA)과 다른 관계자들에게 이를 살펴보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는 지속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기후 재해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류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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