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독도에서 ‘독도 연가’ 열창, 가슴 뭉클
2002년 북한 떠난 이후 가장 설랬던 무대
더 많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유일한 꿈
"하나원에서 나와서 형사 한 분과 함께 포항에 내려왔는데, 오자마자 휴대폰 하나를 사주더라고요. 자신과 통화하려면 휴대폰이 있어야 한다면서요. 휴대폰을 손에 쥐면서 그런 생각을 했죠.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 됐구나!' 중국에서 3년 남짓 생활하면서 휴대폰이 너무너무 갖고 싶었거든요."
2002년 북한을 떠나 대한민국으로 내려온 김수연(51)씨는 지난 9월 가수 자격으로 독도를 방문해 합창단과 함께 공연했다. 합창단은 '홀로 아리랑', '내 나라 내 겨레' 등의 합창곡을 불렀고, 김씨는 자신의 곡인 '독도 연가'를 열창했다. 김씨는 "독도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인지 공연 전날 밤잠을 설쳤을 정도로 설렜다"면서 "독도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20여년 전 담당 형사에게 휴대폰을 건네받으면서 느꼈던 '나 인제 한국 사람 됐구나'하는 감격이 새삼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예술소조'라고 해서 예능인으로 활동하면서 학업을 등한시했어요. 독도를 잘 몰랐죠. 대한민국에 와서 독도를 알게 되었는데, 그 소중한 독도를 위해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니 그 자긍심이 이루 말할 수 없네요."
중국인 "당신은 중국에 있기 아깝다. 한국 가라"
김씨의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다. 두만강과 접해 있어서 보따리 상인 등을 통해 바깥 소식이 많이 흘러드는 편이었다. 바깥 세계를 직접 경험한 계기가 있었다. 다니던 회사가 중국 용정시에 소재한 기업과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직원 교류 행사 참여차 중국을 가볼 수 있었다.
"회령에서는 수시로 전기가 끊겼는데 용정시에 가보니 밤에도 '불바다'더군요.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그때도 북한을 떠날 생각은 없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라 배급이 끊긴 후 3달만 일하다 오겠다는 생각으로 두만강을 건넜다. 공장 직원으로 중국에 갔을 때 노래방에서 중국인 공장장이 "중국에 와서 노래하면 하루에 50원은 벌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러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인 일자리 브로커에게 "노래하고 싶다"고 했더니 껄껄 웃으면서 "일단 중국어부터 배워라. 중국말도 못 하면서 그런데 가면 위험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며칠 뒤 파출부 일을 제안받았다. 일종의 가정교사였다. 집주인이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거였다. 3년 동안 그집 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지만 아이는 결국 한 마디도 배우지 못했다. '조선 사람'을 깔본 까닭이었다. 반대로 김씨가 중국어를 마스터했다. 그 집을 나올 때 아이 엄마가 "중국에 있기 아깝다. 한국으로 가라"고 조언했다. 집을 비운 북에 있던 남편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 결심을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아코디어과 기타연주, 노래까지... 팔방미인 최고의 인기 가수
2002년 무렵 영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왔다. 1년 후에 동생과 아버지, 마지막으로 딸이 남한행에 성공했다. 4년 반 만에 본 딸은 깡말라 있었고 오랜 만에 본 엄마를 무척 어색해했다. 그래도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포항에 정착한 이후 북한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은 후 이혼하는 일을 겪었지만 딸이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두 '견딜만 한 일'이 되었다.
"딸을 못 데려왔다면 세상 아무리 행복한 일에도 저는 불행한 여자일 것입니다. 반대로 딸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바닥에 떨어졌단 생각은 안 들었어요."
마이크를 다시 잡으면서 진짜 행복을 맛보고 있다. 2003년 지역 방송국이 주최한 노래자랑에서 대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2012년부터 해오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아코디언과 기타 연주를 곁들이는 공연으로 어느 행사장에서든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딸과 함께 힘든 고비 다 넘기고 마음껏 노래하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우리 딸이 큰 미용실 원장님으로 자리 잡고, 저도 가수로서 더 많은 무대에 서는 것 외에 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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