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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찌르는 듯한 ‘대동맥 박리ㆍ파열’, 맞춤형 치료로 사망률 크게 줄여

입력
2021.12.12 19: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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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성기익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성기익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면 치명적인 대동맥 질환일 가능성이 높기에 즉시 대형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성기익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면 치명적인 대동맥 질환일 가능성이 높기에 즉시 대형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몸 속 ‘혈액 고속도로’인 대동맥이 고혈압 등으로 인해 찢어지거나 파열되면 목숨이 크게 위협받는다. 이 같은 대동맥 질환이 발생하면 40% 정도가 곧바로 목숨을 잃고 1시간마다 1%씩 사망자가 늘어난다.

‘대동맥 질환 수술 전문가’인 성기익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를 만났다. 성 교수는 2014년 24시간 대동맥 전담팀이 만들어질 때부터 팀장으로서 응급 대동맥 수술을 맡고 있다. 성 교수는 “갑자기 가슴을 도끼나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면 대동맥 박리 등 대동맥 질환 가능성이 높기에 즉시 대형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동맥 질환은 왜 발생하나.

“대동맥(aorta)은 심장 좌심실에서 시작해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는 주요 통로다. 지름이 3㎝ 정도인 대동맥은 크게 심장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하행 대동맥과 머리 쪽으로 올라가는 상행 대동맥, 활 모양의 대동맥궁으로 나뉜다.

대동맥은 안쪽 내막, 가운데 근육으로 이뤄진 중막, 바깥쪽 외막 등 3개 막으로 둘러싸인 튼튼한 관이다. 수도관이 시간이 지나면 녹슬고 막히듯 대동맥도 노화되면서 막히거나 늘어나고 찢어지며 심지어 파열되기도 한다.

이처럼 대동맥이 커지거나 찢어져 파열되는 것을 대동맥 질환이라고 한다. ‘대동맥 박리(大動脈剝離ㆍaortic dissection)’는 대동맥이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발병 원인으로는 고혈압(70~90%)과 선천성 질환인 이첨대동맥판막, 대동맥축착증, 유전 질환인 마르판증후군, 엘러스-단로스증후군 등이 꼽힌다.

대동맥 박리는 국소적으로 대동맥 안쪽 내막이 찢어지면서 원래 피가 흐르던 공간(진성 내강)에서 피가 새어져 나와 대동맥 벽에 피가 지나가는 틈새(가성 내강)가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혈액이 다른 혈관으로 흐르지 않거나 대동맥 판막으로 역류되기도 한다. 대동맥이 파열돼 주변 조직에 유착이 생겼으면 그쪽으로 피가 스며들어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대동맥 파열이 심하거나 주변 조직이 유착되지 않으면 급사할 수도 있다.

대동맥이 흉부나 복부에서 정상보다 1.5배 이상 넓어진 ‘대동맥류(大動脈瘤ㆍaortic aneurysm)’는 찢어지거나 파열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건강검진 등으로 대동맥류를 발견하면 증상이 없어도 미리 시술ㆍ수술해 화근을 없애는 것이 좋다.”

-가슴 통증이 극심하다고 하는데.

“대동맥 박리나 파열이 생기면 ‘도끼나 망치로 내리 찍는 것 같다’ ‘칼로 찌르는 것 같다’는 등 환자들이 평생 겪은 통증 중에 가장 심하다고 표현한다. 마약성 진통제에도 통증을 조절하기 어렵다. 통증은 주로 가슴 앞쪽, 등쪽 견갑골(날개뼈) 사이, 배 위쪽에 나타난다.

대개 발생 초기에 통증이 가장 심하고 몇 시간 동안 지속된다. 대동맥 박리라면 40% 정도가 발병 즉시 목숨을 잃고 1시간이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1%씩 증가한다. 합병증으로 실신, 의식장애, 뇌졸중, 하반신 마비, 장 혈류 이상, 장 괴사, 콩팥 기능 상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동맥 질환 치료는 어떻게 하나.

“급성 대동맥 박리가 상행 대동맥에서 발생하면 ‘인조 혈관(vascular graft) 치환술(수술)’을 시행한다. 하행 대동맥에 나타나면 혈압ㆍ맥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약물 치료를 우선한다. 약물 치료를 해도 합병증이 생기면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을 한다. 하지만 대동맥 파열 위험이 높으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대동맥 파열이 되면 대부분 인조 혈관 치환술을 시행하지만 스텐트 시술로 치료하기도 한다. 인조 혈관 치환술은 4~6시간 걸릴 정도로 고난도 수술이지만 성적은 크게 좋아지고 있다.”

-대동맥 질환을 예방하려면.

“심장 건강을 지키는 왕도가 없다. 대동맥류는 동맥경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이라면 혈압을 관리하고, 이상지질혈증이면 체중을 줄이고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다.

대동맥 박리나 파열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기에 미리 알기 어렵다. 가슴이나 복부, 등쪽 부위에 평소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통증이 생기면 지체하지 말고 119로 전화해 심장 수술이 가능한 대형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에는 ‘24시간 대동맥 전담팀’이 있는데.

“대동맥 박리ㆍ파열이 생기면 초기 대응에 환자의 생사가 갈린다. 이 때문에 대동맥 질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치료받을 수 있도록 2014년부터 ‘24시간 대동맥 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핫라인 전화로 대동맥 질환 진료 요청을 받으면 흉부수술팀과 복부수술팀으로 나눠 해당 팀 당직 의사, 수술실, 심혈관조영실, 마취통증의학과, 체외순환실 등 각 분야 담당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등을 환자 도착 전에 얻어 협업해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이에 환자가 병원 도착 즉시 중환자실이나 수술실에서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자 생존율이 크게 좋아졌다.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이 2.0%(2020년 기준)로 국내외 평균(8~15%)보다 매우 우수하다. 전담팀 개설 후 수술로 2012년 76건에서 지난해 154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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