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이상 고가 침대·매트리스 인기
'수면의 질' 관심 향상·신혼부부 구입 확대
지난달 5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1층에 등장한 5억 원짜리 침대가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주인공은 국내 판매 최고가인 스웨덴 매트리스 브랜드 '해스텐스'의 제품 '그랜드 비비더스'. 워낙 고가였던 탓에 구매자는 없었지만, 침대 판매기간 동안 계약 문의는 꾸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달 14일까지 진행한 전시·판매 행사에서 200여 명이 상담을 받았다"며 "고가인 데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6개월이 소요되면서 구매도 까다로워 상담도 장시간 면밀하게 이뤄지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잠'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수면 경제(슬리포노믹스)' 문화도 확산되고 있어서다. 분위기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침대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프리미엄 라인 위주로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수면의 질' 관심 쑥…침대 업계 '웃음꽃'
침대 업계는 올해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에이스침대는 올 1~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8.9% 증가한 2,546억 원을 기록했고, 시몬스도 상반기 매출 1,53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특히 프리미엄 라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에이스침대의 프리미엄 매트리스 '에이스 헤리츠'는 올 하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신장했다. 11월 한 달에만 전체 수량의 12.9%가 판매됐다. 시몬스는 올 1분기 프리미엄 매트리스 '뷰티레스트 블랙'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500% 성장했다. 1,000만 원대인 매트리스 '젤몬'은 혼수 품목으로 인기를 끌며 10, 11월 매출이 전년 대비 400% 급증했다. '에이스 헤리츠'와 '뷰티레스트 블랙'은 모두 가격대가 2,000만 원대의 프리미엄 라인이다.
코로나19로 '집콕 문화'가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가구 시장이 커진 게 매출 상승의 주 요인이다. 여기에 건강과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져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침실에 돈을 들이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신혼부부의 유입도 성장을 부추겼다. 시몬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예식을 간소화하는 대신 예산을 혼수에 투자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젊은 부부들도 1,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침대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침대는 직접 누워 봐야'…백화점·체험매장 확대
침대는 워낙 고가인 데다 한번 구입하면 오래 쓰는 만큼 아직까지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는 체험요소가 중요하다. 이에 백화점 업계도 리빙관을 새 단장, 침대 체험 공간을 키우고 고가 브랜드 입점으로 고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고가 브랜드를 다루면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1~11월 침대 매출이 각각 47.1%, 27.8% 증가했다.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는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수면 관련 용품만 판매하는 숙면 전문 편집숍 '사운드 슬립 갤러리'를 지난 8월 선보였다. 편집숍 오픈 이후 3개월 만에 목표의 20%가량 매출을 초과 달성했다. 현대백화점에 이어 지난달 갤러리아백화점도 스웨덴 매트리스 브랜드 해스텐스를 입점했고,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월 스웨덴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덕시아나'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도 체험형 매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에이스는 올해 5개를 확대해 총 3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공격적으로 나선 시몬스는 올해 21개 신규 매장을 열었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사람마다 체형, 수면 습관 등이 달라 '좋은 잠'을 위해서는 체험과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침대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리테일 비즈니스의 성공 주자로 언급되는 나이키와 스타벅스처럼 소비자들에게 공통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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