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위반' 기소 유명 타투이스트 김도윤씨
"문신시술은 의술 아냐" 열 달 공방 끝 1심 패소
재판부 "시술 때 질병 발생 가능… 의료행위 맞다"
김씨 항소 방침…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내기로
"여러 사정에 비춰 볼 때 대법원 판례가 여전히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영호 판사는 10일 의료인이 아니면서 문신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김도윤(41) 타투유니온 지회장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며 이렇게 밝혔다. 10개월 법정 공방의 결론이었다. 김씨 측이 해당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각하됐다.(관련기사: 유명 타투이스트 김도윤, '의료법 위반' 1심 유죄)
재판부가 언급한 '대법원 판례'는 1992년 눈썹 문신을 의술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다. 이후 30년 가까이 법원은 이 판례에 기대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간주해왔다. 반발도 커질 만큼 커졌다. 문신이 불법이라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데도 낡은 판례가 문신 시술자들을 부당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만 명 탄원하며 비상한 관심
이번 재판은 타투이스트로서 김씨의 명성과 정치권까지 가세한 타투 합법화 요구가 맞물리면서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김씨가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 소재 타투숍에서 연예인에게 문신 시술을 한 사실이 알려져 재판에 넘겨지자, 김씨에게 시술을 받은 연예인과 동료 타투이스트, 시민 등 1만 명이 탄원서를 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올해 6월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타투업법' 제정안을 발의하고, 타투이스트 노조인 타투유니온과 함께 문신을 한 등을 드러내는 퍼포먼스를 했다. 김씨가 브래드 피트, 스티브 연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도 찾는 유명 타투이스트라는 점도 관심을 환기하는 요인이었다.
김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타투 시술은 질병 치료 및 예방과 관련 없어 의료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문신 시술 과정에서 감염, 화상, 피부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문신 시술도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질병 치료가 아니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를 야기할 수 있는 행위도 의료법상 의료 행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패소로 문신 시술은 이번에도 '불법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타투이스트 상당수가 의료법 위반이나 무면허 의료행위를 가중처벌하는 보건범죄단속법 위반으로 기소돼 처벌받고 있다. 타투유니온에 따르면 조합원 600여 명 가운데 1%가량이 보건범죄단속법으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선고가 나온 서울북부지법만 해도 또 다른 타투이스트가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상식적으로 타투가 의료행위인가"
김씨는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훌륭한 타투아티스트들이 전과자가 됐다"며 "(제가 항소, 상고를 하는 동안) 동료들은 계속 이런 상황에 처해 전과가 생기고 감옥에 갈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도 "일반인 관점에서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며 “이해하기 힘든 해석과 판례, 법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소되고 실형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기본권, 인권이 침해되고 있는데 (재판부가)조금 더 깊이 공감해서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씨 측은 이번 판결에 항소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다. 김씨는 "이 재판을 시작한 건 기존 대법원 판례를 완전히 뒤집기 위해서였다"며 "타투가 의료 행위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받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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