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법제화' 처음 언급
"한두 가지 합의 안 된다고 미룰 수 없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일 "다수의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라도 먼저 법제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차별금지법 법제화'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총리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3주년 기념식 영상축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국민의 인권을 우선하고, 튼튼한 민주주의 위에서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폭력 및 인권침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양심적 병역거부제도를 도입한 점 △국가인권위원회 규모를 확대하고 독립성을 보장한 점 등을 주요 사례로 꼽았다.
그는 "그러나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성 차별과 인종 차별, 학력 차별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고 외국인과 이민자,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인권 보호에서 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취약계층의 인권도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아동학대, 가정폭력, 조직 내 성폭력 등 용납될 수 없는 인권침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총리는 "이러한 차별과 인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이견이 있는 부분은 있는 대로 협의를 해나가면서, 다수의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라도 먼저 법제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두 가지 사안에서 합의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차별 시정의 기회까지 계속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다.
김 총리는 "반대하는 분들의 주장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논의 자체를 못 하게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인권 보호의 제도를 우리만 계속 미루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의견이라도 함께 토론할 수 있고, 이견이 있는 부분도 합의하고 조정할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제도"라며 "공론화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김 총리는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기가 될 차별금지법의 공론화에 모든 국민께서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주시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인권위 출범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했다. 인권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차별금지법 입법에 힘을 실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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