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배우 박정민을 취재하며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은 '인간미'다. 연예인 답지 않은 소탈함을 넘어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모습이 물씬 느껴진다. 그의 말에는 미사여구가 없다. 지나칠 정도로 담백하다. 일례로 활동 계획에 대한 질문에 "집에만 있을 예정"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허를 찌르는 유쾌함, 그래서 그와의 대화는 즐겁다.
현재 넷플릭스 '지옥'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박정민. 그는 작품의 인기 비결에 대해 묻자, "인기가 있는 거죠? 많이 있죠?"라고 되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같이 뜨거운 인기는 그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지옥'이라는 작품이 저에게 이렇게 좋은 선물이 될지 몰랐어요. 놀러 가듯이 (현장에) 가서 촬영하고 감독님하고 놀다가 오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는 예상치 못한 선물로 남을 거 같아요."
그가 생각하는 '지옥'의 인기 비결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들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작품을 시청한 뒤 토론거리가 생기고, 여러 의견들이 충돌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어서 관심이 더욱 뜨거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K-콘텐츠의 인기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박정민은 "많은 선배들이나 한국의 창작자분들이 말하는 거지만, 한국 작품은 그 이전부터 너무 좋았다. 넷플릭스나 다양한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많은 분들이 선택해 볼 수 있는 장이 열린 게 고무적인 거 같다"고 말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때로는 칭찬을 갈구하는 한국 창작자들의 창작욕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옥'은 다소 어둡고 묵직하지만 여운을 깊게 남기는 작품이다.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묻는다. 박정민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그는 '존중'을 꼽았다.
"나는 나로서 인생을 살아가야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것은 아니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는데 그 안에서 최소한의 존중이나 예절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것이 '너와 나의 인간다움'이 아닐까 생각하고요."
그렇다면 진정한 '지옥'은 뭘까. 이 질문을 받고 박정민은 한동안 답변을 망설였다. 그러다 이내 "인간의 탐욕이 지옥이 아닐까. 정점에 이르는 순간 이 현실이 지옥이 되는 거다. 외부환경뿐만 아니라 그 환경을 받아들이는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느냐, 어떤 상태가 되냐에 따라서 그것이 지옥 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지옥은 제 안에 있는 거라고 봐요. 그것들을 어떻게 컨트롤해 나가느냐에 따라 삶이 조금 더 윤택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극 중 배영재의 시선에서는 소중한 아기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겠죠. 그 며칠 동안 배영재의 들끓는 속이 불구덩이가 아니었을까요."
'지옥'에서처럼 실제로 고지를 받는다면 그 시간 동안 뭘 하겠냐는 질문도 던져졌다. 역시 박정민다운,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고지가 만약에 저에게 온다면요? 극 중 형사의 대사 중에 '꼭 그때까지 살아야 하나요?'라는 게 있어요. 어차피 죽을 거라면 그 시간 동안 뭘 하고 싶진 않을 거 같아요. 굳이 고통받으며 살아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너무 비관적인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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