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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에도 어린이보호구역 필요합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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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에도 어린이보호구역 필요합니다" [인터뷰]

입력
2021.12.10 04:30
수정
2021.12.10 09:35
23면
0 0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은 "미디어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이 필요하다"며 "미디어 속 아동권리 침해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짚어보고, 정책 제언 활동을 통해 실질적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고영권 기자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은 "미디어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이 필요하다"며 "미디어 속 아동권리 침해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짚어보고, 정책 제언 활동을 통해 실질적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고영권 기자

"아빠, '잼민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에요?"

5세 아들의 질문에 고완석(39)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은 말문이 막혔다. "주로 게임 방송에서 미숙하고 못하는 사람에게 '너 잼민이지?'라고 물어요. 그 뒤엔 보통 'X져'라는 말이 붙죠. 아동들이 디지털·미디어상에서 자신들을 비하하는 말을 아주 쉽게 마주치고 있다는 거예요."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본사에서 만난 고 팀장은 "미디어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늘날 아동은 말 그대로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다.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게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문제는 미디어 세상 속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동을 보호할 안전망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본 적이 없는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더니 '탕!' 하는 총소리를 내더라고요. 아이들이 살아가는 디지털·미디어 세상을 들여다봐야겠다, 그럴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올해 굿네이버스가 띄운 '미디어 어린이보호구역'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미디어 어린이보호구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굿네이버스는 그 일환으로 '미디어 속 아동 다시보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미디어 어린이보호구역'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굿네이버스는 그 일환으로 '미디어 속 아동 다시보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먼저 '미디어 속 아동 다시보기' 캠페인을 통해 미디어가 아동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점검에 나섰다. 최근 언론에서도 자주 쓰는 '○린이'라는 표현이 대표적. 초보자라는 의미로 어디든 갖다쓰는 이 말이 '어린이=미성숙하고 서툰 존재'라는 편견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팀장은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의 아동권리 감수성을 높이는 게 우선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환경에서 아동에게 가해지는 폭력 역시 지나칠 수 없는 대목. 지난 10월부터 펼치고 있는 '마르지 않아도 좋아요!' 캠페인은 아동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미디어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획이다. "SNS상에서 청소년 간 우울을 공유하는 계정 '우울계'나 '개말라', '뼈말라' 등 검색어로 마른 몸을 향한 집착을 부추기는 콘텐츠가 성행해요. 우울한 아이들에게 우울한 메시지가 뜨고, 다이어트를 검색하지도 않았는데 깡마른 몸을 전시하는 게시글이 자동으로 뜨죠." 고 팀장은 "SNS상 아동보호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아동이 거식증 등 특정 단어 검색 시 노출을 제한하거나 SNS에 다이어트 관련 허위광고를 제한하는 등 제도적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굿네이버스는 '마르지 않아도 좋아요!' 캠페인을 통해 아동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는 SNS 콘텐츠에 문제를 제기한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마르지 않아도 좋아요!' 캠페인을 통해 아동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는 SNS 콘텐츠에 문제를 제기한다. 굿네이버스 제공

또 하나 중요한 건 아동의 참여다. 성인이 짐작하는 미디어 세상과 아동의 그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어서다. 고 팀장은 "아동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동시에 아동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굿네이버스는 100명의 미디어 아동 자문단을 꾸려 이들의 목소리를 캠페인에 담아내고 있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 직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본사에서 '미디어 어린이보호구역' 홍보물을 살피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 직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본사에서 '미디어 어린이보호구역' 홍보물을 살피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06년부터 굿네이버스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두 남매인 자녀에게서 곧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평소에 '아이를 얻고 삶이 일이 됐다'고 이야기해요. 우리 아이가 살고 있고, 살아가게 될 세상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걸 일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죠. 건강한 미디어 세상을 만드는 건 결국 우리 아이를 위한 일이거든요."

아이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떼어놓는다고 될 일이 아닌 만큼 "몇 시간 하느냐, 이용시간을 제한하기보다는 뭘 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미디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아동의 온라인 안전을 보장하고, 이들의 디지털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어린이보호구역'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정책 제언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어린이 권리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중요합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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