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내정한 7명 합격권 들게 서류점수 조작 의혹
"모의 의심되나 증거 없어" 1심 실형 선고 뒤집혀
연세대 체육특기자전형 아이스하키 종목 입시에서 미리 내정한 학생 7명을 부정 합격시킨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교수 4명이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부상준)는 9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모(50)씨 등 연세대 교수 3명과 경인여대 교수 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8년 해당 입시 전형에 내외부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서류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세대 체육특기자 입시비리를 감사한 교육부의 의뢰로 이들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긴 검찰은 올해 10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네 사람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4∼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입시 평가 과정에서 밝힌 합격권이 일치해 서로 합의가 있었다는 상당한 의심이 들지만, 실제로 모의했다는 증거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류평가 기간이 끝날 무렵인 2018년 10월 12일 '서류 평가를 최종 정리하자'는 이 교수의 제안이 내정자 합격을 위한 회의였다는 의심이 든다"며 "그러나 모의를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 누가 내정자인지를 밝힐 명백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평가위원 선정 과정 관여 △타 대학 진학을 택할 지원자를 미리 알고 합격자 순서 조정 △실적에 비례하지 않는 불공정 평가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 결과는 1심의 실형 선고를 뒤집은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교수에게 징역 2년, 다른 3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적점수가 좋은 지원자에게 다른 항목의 점수를 낮게 주는 방식으로 내정자들을 합격권에 들게 했다"며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한 학생들의 절망과 분노가 크다"고 질타했다.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피고인들은 이날 전원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왔다. 이들은 무죄 선고가 나오자 서로 끌어안고 격려했고, 방청석에 있던 가족과 동료 교수, 학생들은 박수를 쳤다. 일부 방청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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