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US오픈에 출전한 벤 호건은 왼쪽다리 전체를 압박붕대로 칭칭 감고 심지어 다리까지 절뚝거리며 나흘간의 대회를 치렀다. 호건은 1949년 자신의 승용차를 몰던 중 버스와 정면 충돌해 골반과 쇄골, 왼쪽 발목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다시는 걷지 못할지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1년 4개월의 기나긴 재활을 거쳐 필드에 복귀했다. 그의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그는 연장 끝에 US오픈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호건은 이듬해인 1951년 마스터스 첫 우승과 세 번째 US오픈 우승을 일궜고, 1953년에는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등 3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했다. 모두가 선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한 가장 어두운 순간, 위대한 벤 호건의 전설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골프기자협회(GWAA)는 이런 호건의 투지를 기리기 위해 매년 부상 등을 이겨내고 재기한 선수에게 ‘벤 호건 재기상’을 수여한다.
지난 2월 차량 전복 사고로 다리를 절단할 뻔했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가 10개월 만에 필드로 돌아온다. 2019년 ‘벤 호건 재기상’을 수상했던 우즈가 또다시 극적인 재기 드라마 연출을 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의 복귀 무대는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으로 아들 찰리와 함께 나선다.
PNC 챔피언십 조직위원회는 9일(이하 한국시간) “우즈가 아들 찰리와 함께 12월 1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PNC 챔피언십에 출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15차례 정상에 오른 우즈는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직접 운전을 하다가 차량 전복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뒤 골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오른쪽 다리뼈가 산산조각 났던 우즈는 최근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다리를 절단할 가능성이 50 대 50이었다. 한쪽 다리를 잃고 병원을 나올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지난달 목발 없이 걷는 모습을 보인 우즈는 최근 일주일 동안 잇따라 연습장에서 샷을 날리는 장면을 공개해 복귀 기대를 부풀렸다. 우즈는 히어로 월드 챔피언십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풀타임으로 시즌을 뛰는 건 어렵지만, 필드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즈가 복귀전으로 택한 PNC 챔피언십은 부자 또는 부녀가 함께 나와 2인 1조로 경기하는 이른바 가족 골프대회다. 우즈는 지난해 이 대회에 아들 찰리와 처음 참가해 20팀 중 공동 7위를 기록한 바 있다.
우즈는 자신의 SNS에 “길고 힘든 한 해였지만 아들 찰리와 함께 PNC 챔피언십에 참가해 한 해를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빠로서 대회에 나간다는 사실은 흥분되고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골프 팬들은 우즈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또다시 재기에 성공해 최초로 두 번째 ‘벤 호건 재기상’을 받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즈는 2019년 ‘벤 호건 재기상’을 수상했다. 여러 차례 허리와 무릎 수술을 받아 2017년 걷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까지 받았던 우즈는 2018년 투어 챔피언십에서 5년 1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고, 이듬해인 2019년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까지 우승하며 ‘스포츠 사상 가장 극적인 재기 드라마’라는 평을 들었다.
한편, 이번 PNC 챔피언십 대회에는 디펜딩 챔피언인 저스틴 토머스와 그의 아버지 마이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넬리 코다(미국) 부녀 등 20개 팀이 출전한다. PNC챔피언십 조직위원회는 “다리가 불편한 우즈는 카트를 탑승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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