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보수정권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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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보수정권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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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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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최대 자산은 정권교체 열망
인물ㆍ정책서 혁신의지 안 보여
'전형적인' 보수정치 넘어서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정치인 윤석열’의 가장 큰 자산은 보수진영의 정권교체 열망이다. 검사로서의 활동 이외에 정치ㆍ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자리를 꿰찬 이유를 달리 설명할 길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함께 차기 대통령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유력 정치인으로 만든 건 비단 보수층만은 아니다. 국민의힘 후보 선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숱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선택하는, 그 수많은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특정 정치성향으로 구분할 수 없는 장삼이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5일 전당대회에서 당 후보로 최종 확정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그간의 대선은 예외 없이 정치ㆍ이념적 대결이면서 동시에 자기 혁신의 과정이었다. 권력 쟁취가 목표인 정당 간 경쟁 과정에선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외면하는 정당과 후보가 표를 얻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정당들은 그래서 큰 선거를 앞두고 리모델링에 나선다. 대선에선 당연히 선거대책위원회가 핵심이다. 차기 정부의 인물ㆍ정책ㆍ조직의 밑그림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중도층에 구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관망하는 유권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변했다고, 변하겠다고 소리치는 것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는 수도권ㆍ40대ㆍ중도층을 타깃으로 설정해 정두언ㆍ박형준 등 중도실용파를 전진 배치했다. 이미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았지만, 유권자들의 ‘변화’ 요구에 적극 호응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승리는 진보진영의 의제였던 경제민주화ㆍ보편복지를 수용한 것뿐 아니라 재벌개혁의 상징격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기용하고,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까지 인용하는 파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석열 (왼쪽 세번째)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달 15일 김종인(왼쪽 네번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대근 기자

하지만 윤 후보와 그 주변에선 이런 노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선대위 합류 문제로 빚어진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이나 그간의 ‘패싱 논란’이 곪아 터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어렵사리 봉합됐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건 결코 아니다. ‘정치인 윤석열’의 근본을 겨냥해 물음표가 던져졌기 때문이다.

당장 윤 후보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청사진은 여전히 모호하다. 선대위 공식 출범 후 정책들이 다듬어지겠지만,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 중대재해처벌법, 종합부동산세, 9ㆍ19 남북 군사합의 등에 대한 파편적인 언급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넘어선 뭔가가 보이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인력풀과 운용이다. 인재영입 결과를 봐야겠지만, 국민의힘 내 ‘윤석열 사단’의 면면은 그리 평가받지 못하는 듯하다. 보수 정치권 혁신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없어서다. 특히 김 전 비대위원장이나 이 대표와의 갈등 해결 과정은 낙제점 수준이다. 승부처인 중도층ㆍ젊은층에 소구할 기회로 삼을 만도 한데 존중ㆍ배려보다 외면ㆍ무시가 앞섰고 감정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났다.

윤 후보가 국민적 배신감을 부른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는 중도실용ㆍ통치는 올드보이’를 피하려는 전략적 행보를 하는 거라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과반을 훌쩍 넘는 정권교체 여론에 취해서라면, 그래서 주변이 처세술로 넘쳐나고 논공행상으로 바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절정은 곧 벼랑일 수 있다.

윤석열(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선대위 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선후보 선출 이후 확인된 ‘정치인 윤석열’은 전형적이고 익숙하고 올드한 보수정치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 정치력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 그러니 ‘윤석열 정부’는 아주 ‘익숙한’ 보수정권의 재생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마지못해 ‘김종인 카드’를 수용한 ‘3월의 윤석열’이 궁금하다.

양정대 에디터 겸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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