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파는 파벌 포기, '그룹'으로 남아
일본 집권 자민당 내 파벌 구도가 최대 규모인 아베파와, 그 반대편에 고치카이(宏池会) 계열인 아소파, 기시다파, 다니가키그룹 등이 연대해 한 축을 이루는 양대 세력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 출범과 총선(중의원 선거)을 거치면서 기시다 총리를 지지했던 파벌이 존재감을 키운 결과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지난달 제1 파벌인 세이와(清和)정책연구회 회장에 취임했다. 총선 전 95명이었던 이 파벌은 선거 직후 89명으로 줄었지만 이후 6명을 영입해 다시 95명이 됐다. 선거에서 자민당 의석이 15석 줄었지만 파벌 세력은 유지한 셈이다.
아소파·기시다파·다니가키그룹 합친 '큰 고치카이' 구상 이뤄질까
아소 다로 부총재가 회장을 맡고 있는 아소파 역시 총선 후 6명을 영입해 53명이 되면서, 총선 전 근소한 차이로 앞서던 모테기파(이전 다케시타파)의 51명을 제치고 제2대 파벌로 올라섰다. 아소파와 기시다파(42명) 및 다니가키그룹은 1957년 이케다 하야토 전 총리가 결성한 고치카이가 원류다. 다니가키그룹은 파벌이 아닌 ‘그룹’이기 때문에 타 파벌과의 공동 소속을 인정하는데, 이 중 다른 파벌에 속하지 않은 의원은 9명이다. 아소파, 기시다파와 합치면 의원수는 104명에 달한다.
기시다 내각 발족을 계기로 이 세 집단이 합쳐 ‘큰 고치카이(大宏池会)’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기시다 총리가 이미 지난해 10월 이런 구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데다, 재등장 기회를 엿보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이 더해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 현재 총리 주변에선 “시간이 지났고 문화도 다르므로 3개가 합친다고 플러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신뢰 관계가 있으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아베파 역시 지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2차 투표 때는 대부분 기시다 총리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그 대항세력처럼 보이는 거대 파벌을 만드는 것은 정권 운영에 득이 아니라는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파벌, 총선 후 세력 크게 약해져... 이시바파는 그룹으로 전환
한편 양대 세력을 제외한 다른 파벌은 자민당 총재 선거와 총선 후 세력이 크게 약해졌다. 총재 선거 당시 고노 다로 홍보본부장을 지지했던 이시바파는 계속 회원이 빠져나가 2일 파벌을 포기하고 ‘그룹’으로 성격을 바꿨다. 이시하라파(7명)는 회장인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간사장이 총선에서 낙선하는 바람에 방향성을 잃은 상태다.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이 회장인 니카이파도 예전 47명에서 총선 직후 37명까지 줄었으나, 초선들을 포섭해 44명으로 회복됐다. 니카이 전 간사장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및 이시하라파와 자주 만나고 있다. 스가 전 총리를 지지하는 무파벌 그룹과 소수 파벌 등을 규합해 규모를 키우려는 의중으로 읽힌다. 하지만 기시다 정권 아래서 아베파나 고치카이 계열에 대항할 만큼의 영향력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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