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양제츠 톈진 고위급회담 결과]
"언제든 비대면 방식으로 한중 정상 소통"
文 베이징올림픽 참석 "얘기할 단계 아냐"
양제츠 "종전선언 지지... 원자재 수급 협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비대면 정상회담이 추진된다. 시 주석 방한이 2014년 7월 이후 7년 넘게 미뤄진 데 따른 고육책이다. 중국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지지하며 적극적 역할을 자임했다. 또 최근 요소수 대란 사태에서 드러난 원자재 수급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2일 톈진을 찾아 중국 외교사령탑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과 회담을 가졌다. 청와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며 “그 이전이라도 정상 간 필요한 소통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상황 안정’은 중국이 지난해부터 줄곧 전제로 내세운 시 주석의 방한 조건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그 이전에 정상 간 소통한다’는 대목은 전례 없는 표현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언제든 필요하면 한중 정상 간 통화가 됐든 다른 방식의 대화가 됐든 비대면 방식으로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면서 “시 주석이 방한 합의에도 불구, 코로나로 인해 베이징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문 대통령과) 직접 대면은 못 하더라도 양 정상이 계속 소통해 나가는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문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거론됐다. 다만 이 관계자는 “코로나를 비롯해 감안해야 할 상황들이 많아 현재 거기까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중 정상 간 비대면 회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다. 시 주석은 지난달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10개월 만에 첫 정상회담을 화상으로 진행한 전례가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11개월간 국내에만 머물며 해외 순방을 꺼려왔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과제인 종전선언과 관련, 청와대는 “서 실장이 종전선언을 포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설명했다”면서 “양 위원은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하며,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종전선언 논의에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는 부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양 위원은 지난 10월 리용남 주중북한대사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격)은 지난달 정현우 주중북한대사관 공사를 만났다. 북중 양측이 외교채널 간 접촉한 사실을 잇따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구체적 논의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종전선언에 공감하며 호의적이기는 하나, 최근 부쩍 잦아진 한미 양국의 협의 결과를 놓고 중국과 북한이 문안을 조율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특히, 서 실장은 양국 간 게임·영화·방송·음악 등 문화콘텐츠 분야 교류·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중국 측의 협조를 당부했다”면서 “중국도 관련 협력을 중시하고 적극 노력 중”이라는 양 위원의 발언을 전했다. 마침 이날 중국 전역에서는 한국영화 ‘오! 문희’가 개봉했다. 한국영화의 중국 상영은 2015년 9월 ‘암살’ 이후 6년 만이다. 중국은 2016년 7월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한한령(한류 제한령)’으로 한국 문화 수입을 차단해왔다. 양 위원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관광 협력도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회담에서 “요소 등 중국산 품목의 원활한 한국 수출이 한중 경제협력 관계에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양 위원은 “한중 간 원자재의 원활한 수급 등 상호 보완적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대중 의존도가 50%가 넘는 한국의 수입 품목은 2,000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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