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양제츠 中 톈진서 고위급회담
서훈 "종전선언 전반적으로 논의"
요소수 사태 중국 정부 협조에 사의
양제츠 "제때 전략적 소통 매우 중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중국 외교사령탑인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 초청으로 톈진을 찾았다. 둘의 만남은 지난해 8월 부산 회동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최근 한국과 미국 간 부쩍 협의가 잦아진 종전선언에 중국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중국의 기류는 긍정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흘 전 베이징 특파원단과 만나 “중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한 국가로서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중국이 종전선언에 당사자가 되고자 하는 건 명확한 것 같다”고 밝혔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종전선언 당사자라고 못 박은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이들 국가 간에 향후 문안을 놓고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의 한 관문으로 보는 인식에 따라 참여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장하성 주중대사는 양제츠 정치국원을 만나 사전 입장을 조율했다. 장 대사가 양 정치국원을 단독으로 만난 건 2019년 4월 부임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양 정치국원은 장 대사와 면담 한 달 전 리용남 주중 북한대사를 따로 만났다. 종전선언 국면에서 중국이 남북한 양쪽 모두에 영향력을 발휘해 존재감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1일 서 안보실장의 방중 일정을 공개하면서 “한중 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비롯해 양국 정상의 외교 일정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군3호기를 타고 톈진에 도착한 서 실장은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내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이니 양자관계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요소수 사태에서 봤듯이 좀 서로 긴밀하게 사전에 주의 깊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지 않나"라며 "그런 것들을 전반적으로 의논하고, 또 한반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종전선언 논의 전망을 묻자 "전반적으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회담에서 서 실장은 “양국이 상호 존중과 공동이익 원칙에 입각해 소통과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할 때”라며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좋은 이웃은 돈과도 바꾸지 않는다”며 요소수 사태 관련 중국 정부의 신속한 협조에 사의를 표하고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상호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양 정치국원은 “현재 국제 및 지역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양국은 제때에 전략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양국 관계 발전은 시대 흐름에 순응하고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새로운 시기, 새로운 정세하에 우호를 튼튼히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추자”고 덧붙였다.
양 정치국원이 서 실장과 회동한 톈진은 지난 7월 중국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초청했던 장소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 사절의 베이징 입성을 금지하는 대신 지방에서 맞이해왔다. 톈진은 베이징에서 고속철로 30분 거리다. 중국이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도시에서 회담을 여는 셈이다. 지난 4월 정의용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동은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걸리는 샤먼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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