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 '고궁연화'
고궁박물관서 내년 2월 27일까지
‘근정전 앞으로 조선총독부 청사가 들어섰다. 좌우로는 서양식 정원이 조성됐다. 흥복전은 사라지고 인공 연못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경복궁 평면도의 설명문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시대 임금이 살던 궁궐이었던 경복궁이 어떻게 훼손되었는지가 잘 나와 있다. 한참 후 경복궁 복원 사업이 이뤄졌고, 해당 사업은 20여 년 후인 2024년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1991년 시작된 경복궁 발굴·복원의 30년사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복궁 발굴과 복원을 시작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마련된 ‘고궁연화, 경복궁 발굴·복원 30주년 기념 특별전’이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1일 개막했다.
우선 ‘적심’을 형상화한 박진우 작가의 설치 미술 작품이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적심은 건물의 구조적 안정을 위해 기둥 아래 구덩이를 파고, 그 구덩이에 돌이나 기와 등을 넣어 매운 것이다. 건물이 훼손되고 사라져도 적심은 남아 있어 옛 건물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다.
전시는 사계절을 테마로 4부로 구성됐다. 시작은 궁궐이 훼손된 일제강점기를 뜻하는 겨울이다. 흥복전 내부에서 창문 밖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정원이 된 흥복전을 바라보는 시점의 영상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김기진의 시 ‘마음의 폐허, 겨울에 서서’ 등 당시의 암담한 현실을 표현한 여러 글을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을 뜻하는 2부 공간에서는 글자가 적힌 백자 등 임금의 수라와 궁중 잔치 음식을 준비하던 곳인 소주방지에서 나온 유물이 전시돼 있다. 도자기에 글자가 적힌 것은 조선 후기 궁궐 내 도자기 사용이 늘면서 도자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용도, 개수 등을 새겨 넣었기 때문이다. 전시를 담당한 곽희원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사는 “소주방지는 궁중 셰프 300여 명이 상주하며 행사를 주관해온 사람 냄새 나는 곳”이라며 "그 모습이 발굴 현장에서 일하는 수백 명 종사자의 모습과 겹치는데, 전시에서 종사자들의 노고 또한 느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발굴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여기선 경복궁 터를 직접 발굴했던 전·현직 조사단이 대담 형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1990년대 발굴 현장에 있었던 신희권 서울시립대 교수는 “제가 발굴할 때는 분위기가 살벌했다. 오후 5시가 되면 청와대 경비단 소속 군인이 중무장한 채 내려왔다. 관람객 중 누군가가 남아 숨어 있을까 봐 그런 것이다. 야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전시는 경복궁 설계 도면 영상과 함께 여름밤 궁궐을 거니는 느낌으로 꾸며진 방을 지나 복원이 마무리된 이후를 상징하는 ‘봄’ 공간으로 끝이 난다. 전시는 내년 2월 2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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