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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출하 앞둔 논산 딸기... '품종 한일전' 승리로 해외서도 인기

입력
2021.12.13 04:00
수정
2021.12.13 16: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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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 고장 특산물 : 논산 딸기
전국 딸기 15% 생산하는 최대 산지
여의도 3.5배 면적에 54년 재배 역사
'딸기 품종 한일전' 승리 논산서 출발
'한류 딸기' 열풍에 논산시도 적극 지원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의 한 딸기 농장에서 재배 중인 딸기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의 한 딸기 농장에서 재배 중인 딸기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지난달 30일 찾은 충남 논산의 들녘은 온통 흰색 빛깔이었다. 비옥한 곡창지대인 논산평야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추수가 끝난 황량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최근엔 드넓은 평야에 하얀 비닐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면서, 겨울 농한기 풍경이 확 바뀌었다. 비닐하우스에선 논산을 대표하는 딸기가 매서운 겨울바람을 피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논산은 연간 전국 생산량의 15%에 달하는 2만8,535톤의 딸기가 나오는 국내 최대 주산지다.

54년 재배 역사에 판로 등 인프라도 우수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에서 딸기 농사를 하는 이종천씨 부부가 익어가는 딸기를 바라보고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에서 딸기 농사를 하는 이종천씨 부부가 익어가는 딸기를 바라보고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논산에선 1967년 농부 박상규씨가 당시 일본에서 널리 재배됐던 '다나(Donner)' 품종을 도입하면서 딸기가 본격 재배되기 시작했다. 논산은 비옥한 평야에 금강이 인접해 있고, 선선한 기후로 딸기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었다. 호남선 기차역이 자리 잡고 있어 서울과 대전, 광주 등 대도시와의 접근성도 좋았다. 김정훈 논산시농업기술센터 딸기팀장은 "논산은 딸기 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두루 갖춘 덕분에 겨울 농한기 부수입 개념으로 시작한 딸기 재배가 이제는 지역의 주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논산에선 1,911개 농가에서 1,028ha의 규모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여의도 면적(290ha)의 약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54년 동안 지역 농가에서 꾸준히 딸기를 재배해온 탓에 재배 노하우와 인프라는 다른 지역을 압도한다. 논산시와 지역 농협에서 체계적으로 판촉을 지원하고, 국내 유일의 딸기연구소와 논산시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신품종 도입과 병충해 예방도 신속하게 이뤄진다. 7년 전부터 고향 논산으로 돌아와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이종천(63)씨는 "딸기 산업 특구인 논산에서 농사한다는 자부심이 크다"며 "논산은 유통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어 판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귀농인들에게도 매우 선호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가 딸기 육묘의 병충해 검사를 하고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가 딸기 육묘의 병충해 검사를 하고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딸기연구소·농가 합작으로 '품종 한일전' 승리도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시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창고에 출하를 앞둔 딸기 박스가 쌓여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시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창고에 출하를 앞둔 딸기 박스가 쌓여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한일전' 승리를 위해서라면 '올인'하는 한국인의 근성은 논산 딸기밭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른바 '딸기 품종 한일전'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국내엔 고유 품종이 없어 일본 품종을 들여와 딸기를 재배했다. 일본 정부는 딸기 품종 사용에 대한 로열티 지불을 요구하면서, 국내 재배 딸기의 해외 수출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매향', 2005년 '설향' 등 국산 품종 개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논산에 자리 잡은 충남농업기술원 소속 딸기연구소에서 품종 샘플을 만들면, 논산 농가에서 이를 받아서 적절한 농법을 고민하며 시범 재배에 나섰다. 2005년 90.7%에 달했던 일본 품종의 국내 재배면적이 올해는 4%에 불과하다. 김현숙 딸기연구소 육종팀장은 "연구소와 지역 농가의 협력으로 우리나라 품종이 우리 땅에서 재배돼 우리 국민이 먹는 안전한 먹거리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겨울 제철을 맞아 딸기 주산지 논산에서는 출하를 위해 딸기 포장에 여념이 없다. 논산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제공

겨울 제철을 맞아 딸기 주산지 논산에서는 출하를 위해 딸기 포장에 여념이 없다. 논산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제공


"한국 딸기 맛있어"...해외서도 한류 딸기 열풍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시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창고에 출하를 앞둔 딸기 박스가 쌓여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지난달 30일 충남 논산시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창고에 출하를 앞둔 딸기 박스가 쌓여 있다. 논산=우태경 기자

한국 딸기의 맛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면서, 일본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일본 컬링 대표팀 선수가 "한국 딸기가 맛있다"며 감탄하자,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 딸기 품종의 뿌리는 일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한국 딸기가 각광을 받으면서 일본의 딸기 수출은 위축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딸기의 인기로 자국 딸기 수출이 매년 40억 엔(한화 410억 원)씩 손해를 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한국 딸기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논산이다. 논산 딸기는 현재 홍콩, 미국, 러시아 등에 수출되면서 매년 100억 원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딸기 분야에서 전국 최초로 ASIA GAP(아시아 우수관리제도)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최근엔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신품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87.7%) 재배되는 품종인 '설향'은 빼어난 향과 맛을 자랑하지만 쉽게 물러져 수출엔 적합하지 않다. 딸기연구소는 논산 농가와 협력해 비타베리, 킹스베리 등 해외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품종들을 개발 중이다.

논산시에서도 해외 판로 확보를 돕기 위한 '세일즈 행정'을 펼치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 논산시는 지난해 7억3,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수출물류비 보조금 지급을 비롯해 수출선도조직 육성, 수출포장재 및 수출상품화 등을 지원했다.

황명선 논산시장은 "포화상태인 국내 딸기 시장을 벗어나 꾸준히 수출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농가는 물론 지역이 상생하는 핵심 전략"이라며 "논산 딸기를 통해 '한류열풍'을 다시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논산=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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