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차 대비 30년차 임금 차이 2.95배
일본 2.27배·EU 1.65배보다 높아
경총 "임금 연공성 세계 최고 수준" 경고
지금까지 직장인들의 '근속 프리미엄'에 관한 한,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성과나 공헌도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역할급' 제도가 자리한 일본에선 한 직장에 오래 다닐 경우 임금 인상은 덤으로 따라왔다. 그랬던 근속 프리미엄 부문에서 우리나라 근로자의 수준이 일본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한·일·유럽연합(EU) 근속연수별 임금 격차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근속 30년 이상 된 국내 근로자의 월 임금총액(초과급여 제외) 평균은 697만1,000원으로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의 평균 236만5,000원보다 2.95배 높았다. 이는 일본의 2.27배, 유럽연합(EU·임금 정보가 비교적 정확한 15개국의 2018년도 기준 평균)의 1.65배보다 높은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연공서열형 임금제도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시사한다는 게 경총의 해석이다.
경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년차 이후 모든 근속구간에서의 임금격차가 일본보다 높았다. 근속 1년 미만 임금을 100으로 가정할 때 6~9년차의 임금 수준은 우리나라가 166, 일본이 139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월 임금 총액 평균은 2,744달러로 일본(2,392달러) 대비 14.7% 높았고, 근속 30년 이상 임금은 우리나라가 8,089달러로 일본(5,433달러)보다 48.9% 높았다. EU와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월등했다. EU 15개국 중 근속 1년 미만 임금 대비 근속 30년 이상 임금 수준이 작은 국가는 핀란드(1.24배), 스웨덴(1.30배)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를 공개한 경총에선 근속 프리미엄의 역기능을 우려했다. 일정 연차 이후부턴 조직 내 역할이나 성과에 따라 임금에 큰 차이를 주는 해외에 비해 근속을 기준으로 하는 일률적인 보상 체계가 생산성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우리나라의 1년차 미만의 처우가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거나 고연차 직장인의 퇴직률이 높을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적어도 현재 국내 기업들의 임금 체계에선 능력이나 조직 내 공헌도보다 연공서열의 영향이 크단 게 경총의 진단이다.
다만 경총은 “우리나라도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 격차는 2000년 이후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건 맞다”고 전했다.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임금을 100으로 가정할 경우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 372에서 2018년 303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267에서 240으로 낮아진 일본이나 163에서 165로 큰 변화가 없었던 EU보단 부족하다는 게 경총의 분석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의 임금 연공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경쟁국인 일본이나 EU보단 월등히 높다”며 이는 “공정성과 동기부여에 따른 생산성 혁신을 저해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삼성이 연공성을 대폭 완화하는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의 가치와 성과, 기업의 실적을 반영한 인사‧임금제도로의 개편이 시급하며, 이를 위한 노사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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