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분야 '성과 쥐어짜기'가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공장에서 잇단 사고가 발생하는 등 무리한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부작용이 감지되면서다. 올해는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의 집권 10주년을 맞아 북한 당국이 성과 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연말까지 '밀어붙이기'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1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함경북도 부령군의 고무산시멘트공장에서 지난달 24일 폭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국가경제발전 첫해 계획을 미달하면 안 된다는 당 지도부의 하명에 따른 결과였다. "장군님(김정일) 서거일인 12월 17일까지는 계획을 무조건 완수해야 한다"는 지시에 따라 공장 설비를 보수할 새도 없이 작업을 하다 과부하에 걸렸다는 것이다. 10월 말에도 함경북도 청진섬유화학공장에서 폭발이 발생해 7명의 노동자가 중경상을 입었다.
북한의 잇따른 인명 사고는 예견된 사태다. 북한은 올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한 후 당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연일 성과 도출을 다그쳐왔다. 김 위원장은 2월 당 중앙위 제8기 2차 전원회의와 6월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을 언급하며 경제난 타개 방안을 내놓으라고 질책했다.
여기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원료 수입통로까지 막혀 공장을 무리하게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국가정보원은 10월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8월 발생한 평안남도 남흥청년화학공장 폭발사고를 밝히며 "수입 중단의 여파를 메우기 위해 일부 공장에는 과부하가 걸렸다"고 보고했다.
올해 경제 성과는 김 위원장의 치적과 직결된다. 이달 집권 10년째를 맞는 김 위원장은 경제난 해결을 발판으로 확고부동한 리더십을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대내적으로 추진 중인 '김정은주의' 강화를 위해서도 선대를 뛰어넘는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노동신문이 1일 사설을 통해 오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를 언급하며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첫해 전투를 승리적으로 결속하기 위한 총결 사업을 벌려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집권 10년 동안 가장 미흡했던 분야가 경제"라며 "앞으로도 '수령 김정은' 지위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주민들을 계속 다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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