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동 권총으로 5분간 15~20발 난사
부상자도 교사 1명 등 8명... 3명은 위중
학생들 "총성 후 교실에 바리케이드 설치"
코로나로 줄었던 교내 총기, 올해 급증
미국 미시간주(州)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달 30일 오후(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벌어져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가해자도, 희생자도 모두 이 학교에 다니던 10대 청소년들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의 평온한 일상은 총성과 함께 악몽으로 돌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 수업 중단으로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던 미국 교내 총격 사건이 또다시 대형 참사를 낳으면서 해묵은 총기 규제 논의에도 다시 불이 붙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비극은 이날 오후 12시51분쯤 디트로이트에서 북쪽으로 65㎞ 떨어진 오클랜드카운티 옥스퍼드고교 교정에서 발생했다. 용의자는 이 학교 2학년인 15세 남학생이다. 그는 9mm 구경의 반자동 권총을 꺼내든 뒤 5분간 15~20발가량을 마구 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여학생 두 명(14세, 17세)과 남학생 한 명(16세)이 사망했고, 총 8명(학생 7명, 교사 1명)이 부상했다. 이들 중 3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격 발생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3분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현재로선 단독 범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이클 부샤드 카운티 보안관은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용의자의 부친이 나흘 전 구입한 것”이라며 “이른바 ‘묻지 마 난사’인지, 누군가를 노린 표적 범행인지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범인이 과거 학교에서 징계나 처벌을 받은 기록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구체적 범행 동기도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경찰이 미성년자 용의자와 이야기하려면 보호자 허락이 필요한데, 해당 소년의 부모가 변호인을 선임하고 수사관들과의 대화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살인마로 돌변한 동급생이 범행 후 학교를 배회하는 동안, 친구들은 교실에 숨어 두려움으로 벌벌 떨었다. 이 학교 학생 브렌든 베커(17)는 “수업 중 총성이 들리자 선생님이 곧바로 문을 잠갔다”며 “책상과 의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동원해 교실 문에 바리케이드를 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학년생 알리세 에이비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비명도 지르지 않은 채 숨죽이고 있어야만 했다”고 악몽의 순간을 떠올렸다. 3학년생 에이든 페이지는 “학생들은 총격범이 교실에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계산기와 가위를 움켜쥐고 있었다”고 증언하며 몸서리를 쳤다. 복도에 있던 용의자가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경찰을 사칭한 뒤 “이제 나와도 안전하다”고 외치는 영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미국 전역은 충격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상상할 수 없는 슬픔을 견디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집회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었던 미국 교내 총기 난사 사건은 올해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에 미 전역에선 10건의 학교 내 총격 범행이 일어났다. 2018년과 2019년은 각각 24건씩이었던 사실에 비춰,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올해 학생들이 속속 학교로 복귀하면서 참사 역시 되돌아왔다. 미 교육전문매체 에듀케이션위크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28건의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며 “각 사건 때마다 총기 권리와 학교 안전을 사이에 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고한 학생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미국 내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한 논의도 재차 불붙을 전망이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학교에서의 총격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미국 고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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