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거장들'전
예술의전당서 내년 3월 6일까지
한 남자가 거울을 보고 서 있지만 거울 속에는 비쳐야 할 얼굴이 아닌 뒷모습이 덩그러니 있다. 르네 마그리트가 1937년에 그린 ‘금지된 재현’이다. 만 레이는 압정이 박힌 다리미를 출품하고선 ‘선물(1921년작)’이라고 이름 붙인다. 옷을 펴기 위해 만들어진 다리미가 오히려 옷을 찢어버릴 것만 같다. 호안 미로는 달걀을 놓은 검은색 의자와 책처럼 보이는 사물을 올려놓은 빨간색 의자를 나란히 놓고선 이를 ‘신사와 숙녀(1969년작)’라 했다. 도대체 누가 신사이고 누가 숙녀란 말인가.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대량으로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초현실주의 거장들’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자신의 우월성을 합리성에 있다고 본 유럽은 식민지 확장 과정에서 전쟁을 일으켰고 다같이 몰락했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전쟁을 초래한 이성적 사고에 회의감을 느꼈고, 무의식의 세계에 천착했다.
전시는 프랑스 작가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문으로 시작한다. 의학을 공부해 제1차 세계 대전 중 정신병원에서 외상을 입은 병사들을 치료하기도 했던 그는 무의식적인 탐험을 초현실주의라고 명명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과 초현실주의 그룹을 일궜다.
전시는 시대의 불안에 직면한 예술가들이 당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보여준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무의식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여러 기법을 실험했는데, 그중 하나가 의식의 흐름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이들은 술을 마시거나 약물 남용을 통해 완성시키기도 했다. 우연한 만남에서 가능성을 찾기도 했다. 르네 마그리트의 ‘삽화가 된 젊음(1937년작)’을 보면, 들판 위에 전혀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자, 당구대, 트럼펫, 자전거 등이 줄 지어 그려져 있다.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도 나란히 전시돼 있다. 레오노라 캐링턴의 ‘쌍둥이 자리는 과수원에 있습니다(1947년작)’, 우니카 취른의 ‘서커스(1956년작)’ 등이다. 그림 구석구석에 섬세하게 묘사된 대상들을 찾아 상상을 덧붙이는 재미가 있다. 엘스 호크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큐레이터는 “남성 화가의 뮤즈 또는 그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보다 온전한 화가로서 활동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도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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