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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 장벽(BBB)' 개방 시술하면 치매 치료 효과 높여

입력
2021.11.30 20:27
수정
2021.12.0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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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약물 전달을 막는 ‘뇌혈관 장벽’을 여는 시술을 시행하면 치매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은 약물 이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치매 약물 전달률을 높일 수 있는 뇌혈관 장벽 개방 시술을 시행하면 치매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진우(신경외과)ㆍ예병석(신경과) 세브란스병원 교수 연구팀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혈관 장벽(BBBㆍBlood-Brain Barrier)을 여는 시술을 시행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이상 행동도 개선할 수 있다고 30일 밝혔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84만여 명(2020년)이다. 65세 이상에서 10명 가운데 1명이 치매인 셈이다. 전체 치매 환자 중 70~75%는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몇 년에 걸쳐 뇌 속에 축적(plaque)되면서 기억력ㆍ언어 기능ㆍ시공간 인지 능력 등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약물 밖에 없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얼마 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약물인 아두카누맙을 치매 치료법으로 유일하게 승인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다. 다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치매 진행을 늦추는 것에 그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걸림돌은 뇌혈관 장벽이다. 뇌혈관 장벽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 뇌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분자만 수용하고 나머지 물질은 배제한다. 이같은 뇌혈관 장벽의 필터링 기능으로 인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다.

뇌혈관 장벽 개방술 전(위), 후(아래) 사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PET 검사 결과, 개방술 후 사진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양과 범위(회색+빨간색)가 감소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뇌혈관 장벽 개방술 전(위), 후(아래) 사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PET 검사 결과, 개방술 후 사진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양과 범위(회색+빨간색)가 감소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이에 따라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치료 약물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뇌혈관 장벽을 여는 시술을 시행하고 그 효과와 안전성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2020년 3~8월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5명을 대상으로 뇌혈관 장벽 개방술을 3개월 간격으로 2차례 실시했다.

뇌혈관 장벽 개방술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조영제 투입한 뒤 뇌 전두엽에 있는 뇌혈관 장벽에 초음파를 쬐어 20㎤ 정도 여는 것이다. 개방술이 임상에서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뇌혈관 장벽 개방술을 시행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6개월간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을 복용했고 연구 도중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침착 정도를 확인하는 자기공명영상(PET) 검사를 개방술 전후로 2회 진행했다.

연구팀은 PET 검사 수치를 보정해 ‘표준화 섭취 계수율’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감소 정도를 파악했다.

보호자를 대상으로는 행동ㆍ심리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 중증 정도를 파악하는 CGA-NPI(Caregiver-Administered Neuropsychiatric Inventory)을 실시했다.

그 결과, 마지막 검사의 표준화 섭취 계수율은 환자 평균 0.986으로 첫 검사 결과인 1.002보다 0.016 낮아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CGA-NPI 점수는 8점에서 2점으로 떨어지며 보호자가 느끼는 환자의 이상 행동도 호전됐다.

이와 함께 연구 기간에 참여자에게 어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아 개방술이 안전하다는 것도 함께 확인했다.

예병석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암과 더불어 인류가 정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치료제 사용에 큰 장애가 됐던 뇌혈관 장벽을 안전하게 뛰어넘어 획기적인 치료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진우 교수는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치매 마우스 모형에서 아두카누맙 복용과 뇌혈관 장벽 개방을 병행하면 아두카누맙 단독 치료 때보다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감소 등 치매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장 교수는 “아두카누맙보다 효과가 개선된 새로운 항체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뇌혈관 장벽 개방술은 불치병으로 여겨진 치매ㆍ뇌종양 등을 치료하는 데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국제 학술지(Translational Neurodegenerationy, IF 8.014) 최신호에 실렸다.

장진우(왼쪽)·예병석 교수

장진우(왼쪽)·예병석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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