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서류 처리부터 환급까지… 구원투수 된 'AI경리'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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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서류 처리부터 환급까지… 구원투수 된 'AI경리' 서비스

입력
2021.1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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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헬리콥터 연구하다 유명 명함앱 리멤버 창업
"과거의 불편함을 바꾸는 비가역적 혁신하는 회사 꿈꿔"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아이언맨이 하늘을 날거나 악당들과 싸울 때 급히 찾는 친구가 있다. 음성으로 아이언맨을 돕는 AI 비서 '자비스'다. 자비스는 급박한 순간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알려줘 아이언맨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복잡한 세금 처리에도 이런 자비스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어려운 세무와 더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알아서 처리해주는 AI 비서를 원한다. 이를 겨냥해 김범섭(43) 대표는 2015년 금융기술(핀테크) 신생기업(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를 창업했다. 그는 아이언맨을 돕는 AI 비서 이름을 따서 지은 사명처럼 납세자들을 아이언맨으로 만들어 주는 AI 서비스로 급성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6일 서울 테헤란로의 사무실에서 AI 서비스 '삼쩜삼' 캐릭터인 쩜삼이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헬리콥터 개발하다가 유명 명함 앱 리멤버 창업

원래 김 대표는 헬리콥터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으로 박사과정까지 밟은 그는 학교에서 헬리콥터의 회전날개(로터)를 연구했다. "헬기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 한 사람이 하는 역할이 작아요. 1만분의 1 역할을 하다 보니 만족도가 떨어졌죠."

그래서 헬리콥터 개발을 포기하고 입사한 곳이 KT였다. 그는 그곳에서 2년간 작은 기업들의 사업 제안을 검토하는 일을 했다. 그때 알게 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위자드웍스로 이직해 프로그램 개발과 수익 사업 발굴을 담당했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09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아이티엔티를 창업했고 2012년 국내 대표적 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만든 드라마앤컴퍼니 창업으로 이어졌다. 드라마앤컴퍼니는 리멤버가 인기를 끌면서 2017년 네이버에 매각됐다. "채용 서비스를 하면서 명함이 없는 대학생들을 위한 사이버 명함 서비스로 리멤버를 개발했어요. 그러다가 명함 입력으로 확대해 이용자가 10만 명까지 늘었죠."

그는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서 드라마앤컴퍼니를 나와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드라마앤컴퍼니를 매각하고 받은 돈이 창업 기반이 됐어요. 사람들이 명함 입력만큼 영수증 처리도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이를 쉽게 해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죠."

5만개 기업이 이용하는 AI 경리 '자비스' 개발

김 대표가 제공하는 AI 세무 서비스는 두 가지다. 기업들의 세무 처리를 지원하는 자비스와 개인들의 종합소득세 신고와 환급을 돕는 '삼쩜삼'이다.

자비스는 기업의 경리 담당이 하는 세금 관련 각종 서류 처리를 대신해 주는 AI 서비스다. "우리는 AI 경리라고 불러요. 각종 영수증부터 신용카드, 은행거래 내역서 등 세무사가 세금 계산을 위해 필요한 증빙서류들을 자동으로 정리하죠. 그만큼 경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에서 회원 가입 후 여러 은행계좌와 국세청의 홈택스 정보 등을 등록하면 AI가 스크래핑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매일 해당 기업의 은행과 홈텍스 데이터를 알아서 가져온다. 자비스는 이렇게 가져온 정보들을 기업이 지정한 세무사에게 자동으로 전달한다. "세무사와 기업 간 1 대 1로 소통하는 게시판을 만들어줘요. 자비스가 자동으로 수집할 수 없는 주주명부나 등기자료 등은 기업에서 게시판에 직접 올리면 됩니다. 게시판은 각종 서류 제출 기한을 자동으로 알려줘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주죠."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약 40명의 세무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소상공인이나 건설 전문 등 파트너 세무사들의 특성을 파악해 적절한 기업을 고객으로 연결시켜 줘요. 이후 세무사와 기업간 가격 협의 등을 거쳐 거래를 하게 되죠."

자비스 이용비는 따로 없다. 대신 자비스가 소개한 파트너 세무사와 기업이 계약하면 매달 세무사가 받는 비용에서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세무사가 기업에서 받는 비용의 약 20%를 자비스 이용료로 받아요."

세무사들의 반응도 좋다. "세무사들도 각종 서류를 디지털로 처리하며 업무 효율이 개선돼 더 많은 기업을 맡을 수 있으니 좋아하죠. 세무사들이 수익을 내려면 1인당 50개 기업을 맡아야 해요. 파트너 세무사들은 업무 효율 개선으로 100~200개 기업을 맡아요."

편리한 세무 처리 덕분에 자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 5만개에 이른다. "이 중에서 파트너 세무사와 세무대행을 맺은 기업이 1,500곳이에요. 이들의 이용비가 모두 매출로 잡히죠."

자비스앤빌런즈에서 개발한 AI 서비스 '자비스' 앱은 기업들의 세무회계를 돕는 AI 경리로 통한다.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AI 종합소득세 신고 대신하는 삼쩜삼도 인기

요즘은 자비스보다 더 인기를 끄는 서비스가 삼쩜삼이다. 지난해 5월 등장한 삼쩜삼은 매년 5월 실시하는 개인들의 종합소득세 신고와 환급 처리를 대신해 주는 AI서비스다. "세무사들은 종합소득세 신고 의뢰를 뜨내기 고객이라고 불러요. 수고에 비해 금액이 얼마 안돼 맡지 않죠. 종합소득세 신고를 AI로 자동화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개발했어요."

삼쩜삼을 이용하려면 모바일 웹으로 접속해 카톡으로 간편인증을 하고 정보제공 동의를 해야 한다. 이후 AI가 이용자의 소득과 건강보험료 등으로 얼마나 지출했는지 파악해 계산한 뒤 환급 여부와 액수를 알려준다.

삼쩜삼은 종합소득세 신고도 대신해 준다. "환급액의 10~15%를 수수료로 받고 종합소득세 신고를 대행해요. 환급액이 1만원 이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죠."

삼점쌈으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이용자들은 평균 10만~13만원의 세금을 돌려 받는다. 그렇다 보니 의뢰하는 개인 이용자들이 부쩍 늘었다. 주로 연 수입 1,000만 원 이하의 노동자들이다. "세무사를 쓰기 힘든 배달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개인 창작자들이 많아요. 이들은 원천세 3.3%를 떼고 일한 대가를 받죠.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라는 뜻에서 삼쩜삼이라는 서비스명을 붙였어요."

김 대표가 삼쩜삼을 개발하며 벤치마킹한 대상이 미국의 세무회계 프로그램 개발업체 인튜이트다. 시가 총액 225조 원에 이르는 인튜이트는 미 국세청(IRS)이 인터넷 서비스를 대신 맡길 정도로 독보적인 업체다. 미 국세청(IRS)은 인튜이트가 만든 기업용 세무회계 프로그램 '퀵북'과 개인 대상의 '터보텍스' 서비스가 너무 잘 돼 있어서 별도로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지 않고 이를 납세자들에게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튜이트는 닮고 싶은 형님 같은 회사에요. 이들이 만든 터보텍스 같은 서비스로 삼쩜삼을 개발했어요. 국내에는 이런 서비스가 전혀 없죠."

그렇게 만든 삼쩜삼은 형님보다 나은 아우가 됐다. "터보텍스는 이용자가 등록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요. 삼쩜삼은 국세청의 홈택스보다 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개발해 이용자들이 입력하는 항목을 대폭 줄였어요."

삼쩜삼은 김 대표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당초 100만 명의 이용자를 예상했는데 지금 500만 명을 넘었어요. 대리기사 등 부업을 많이 하는 연봉 2,000만 원대 직장인들도 많이 이용하죠. 이들이 올해 삼쩜삼으로 환급 받는 액수가 2,000억 원 이상 입니다."

김 대표가 개발한 '삼쩜삼'은 개인들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돕는 AI 서비스다.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세무사들과 갈등 해결이 과제

하지만 김 대표가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세무사 단체들과 빚어진 갈등이다.

김 대표는 2가지 서비스 이용자가 늘면서 시장 잠식을 우려한 세무사들한테 고발을 당했다. 지난 4월 대한세무사회와 세무사고시회가 서울 강남경찰서에 세무사 자격이 없으면서 세무업무를 대리해 세무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고발한 것이다.

여기에 세무 서비스를 알선하는 인터넷 플랫폼을 규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법이 통과돼 세무사와 연결되는 부분을 중개 알선으로 보면 법적 분쟁의 실마리가 될 수 있어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AI 서비스가 세무 대행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삼쩜삼은 납세자들의 자진 신고를 돕는 프로그램이에요. 자비스도 세무사와 기업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죠."

따라서 세무사들이 시장 잠식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김 대표 주장이다. "세무사들의 평균 연 수익이 3억 원이에요. 삼쩜삼의 지난해 매출은 1,000만 원입니다. 가입자는 많지만 이용자들이 저소득자여서 매출이 크지 않아요. 세무사들은 이런 내막을 모르고 무조건 반대하죠. 우리가 소통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김 대표는 세무사들과 적극 소통을 위해 최근 대관팀을 따로 만들었다. "그동안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앞으로 적극 소통하며 파트너 세무사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입니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대표적인 AI 세무보조 서비스 '자비스'와 '삼쩜삼' 서비스 명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헬리콥터를 개발하다가 유명한 명함앱 '리멤버'를 만든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이후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비가역적 혁신을 꿈꾼다

앞으로 김 대표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보험이나 대출 서비스까지 확장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은행이나 보험사들과 제휴를 맺고 보험 가입 및 대출이 어려운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보험과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더불어 해외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플랫폼 노동자 시장이 커요. 반면 세무 회계 서비스는 낙후돼 있죠. 그만큼 진출해 볼만한 시장으로 생각합니다."

김 대표의 꿈은 비가역적 혁신의 확산이다. "리멤버를 쓰는 사람들은 과거의 종이 명합첩으로 돌아가지 못해요. 불편하거든요. 불편한 과거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비가역적 혁신이에요. 자비스앤빌런즈를 이런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 소망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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