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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50도 항공기 바퀴 옆에 숨어서... 과테말라 남성 기적의 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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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50도 항공기 바퀴 옆에 숨어서... 과테말라 남성 기적의 밀항

입력
2021.11.29 16:30
수정
2021.11.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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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50~60도에 추락 위험 컸는데도 생존
탈진 상태로 발견돼... 별다른 외상도 없어
美당국 "밀입국 위해 극단적 위험 감수" 우려


항공기 랜딩기어에 숨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했던 20대 과테말라 남성이 27일 마이애미 국제공항 직원들에게 발견된 뒤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트위터 캡처

항공기 랜딩기어에 숨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했던 20대 과테말라 남성이 27일 마이애미 국제공항 직원들에게 발견된 뒤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트위터 캡처

항공기 착륙장치(랜딩기어)에 숨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 20대 과테말라 남성이 미 출입국 당국에 체포됐다. 비슷한 방법으로 미국행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는 대부분의 사람과 달리, 해당 남성은 큰 부상 없이 일단은 미국 땅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건강 검진과 조사를 마친 뒤엔 미국에서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

28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세관국경보호국(CBP)은 “27일 오전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착륙한 아메리칸항공 비행기 랜딩기어에 숨어 있던 26세 과테말라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CBP에 붙잡힌 남성은 탈진 상태였지만 외관상으로는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 미 당국은 그를 병원으로 옮겨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있으며,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다시 과테말라로 추방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체포된 남성이 과테말라에서 마이애미까지 약 2시간30분 동안 랜딩기어에 숨어 비행하면서 생존한 것 자체가 천운이라고 분석한다. 항공기 순항고도에서 외부 온도는 영하 50~60도에 이르는 데다, 랜딩기어가 움직일 때마다 추락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걸프전에 파일럿으로 참전했던 윌라드 지스칼은 미 NBC방송에 “대부분의 사람은 산소 부족이나 저체온증 등으로 랜딩기어에 숨더라도 의식을 잃는다”며 “게다가 착륙을 위해 기어가 바깥으로 나올 때 그대로 추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CBP의 집계 결과, 1947년부터 올해 2월까지 129명이 랜딩기어에 잠입하는 수법으로 '몰래 입국'을 시도했는데, 이중 1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에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 사용된 미 군용기 랜딩기어에서 아프간 유소년 축구대표팀 선수가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CBP는 이날 성명에서 "사람들이 (밀입국을 위해) 극단적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목숨을 건 밀입국 시도가 잇따르는 이유는 그만큼 과테말라에서의 삶이 피폐해졌다는 데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허리케인 등으로 민생은 크나큰 타격을 받았으나,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은 130억 달러 규모로 과테말라 역사상 최대 규모였지만, 대부분은 서민 지원이 아닌 대기업 관련 인프라 사업에 할당됐다. 게다가 팬데믹 예산은 38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성난 시민들이 같은 해 11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국회의사당에 불을 지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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