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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펜팔

입력
2021.11.2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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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 연방우정국이 진행하는 펜팔프로젝트의 로고. 인터넷 캡처

미 연방우정국이 진행하는 펜팔프로젝트의 로고. 인터넷 캡처

미 연방우정국(USPS)이 최근 교육기업 위아티처스와 협력해 초등학생들에게 펜팔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3~5학년으로 미국 내 초등학교 2만5,000개 학급에서 100만 통의 편지 교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학급 단위로 펜팔 친구들을 연결해 주게 된다.

□ USPS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학생들에게 편지봉투, 편지 쓰는 법 설명서, 포스터 등이 담긴 키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아날로그 규칙’을 엄수해야 한다. 손편지만 보낼 수 있고 휴대폰 문자나 이메일은 보낼 수 없다. 집 주소, 개인 휴대폰 번호, SNS 계정도 알려줘서는 안 된다. 온라인 산업의 발달에 따라 감원과 외주화 등 위기에 처한 USPS가 미래 고객을 확보하려는 마케팅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글쓰기 능력 향상, 소통 능력 향상이라는 뚜렷한 교육적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모르는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는 행위(또는 대상)를 뜻하는 펜팔은 20세기의 대표적 취미활동이었다. 특히 국제 펜팔은 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취미활동으로 각광받았는데 국가 차원의 캠페인으로 권장되기도 했다. 1960년대 우리 정부는 우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펜팔 단체를 공보부처에 등록시켜 보조금을 줬고, 언론은 국제 펜팔에 열심인 청소년들을 ‘10대의 유엔’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펜팔 인연으로 미국에 유학초청을 받은 사연은 당시 신문에 종종 보도되기도 했다.

□ 초중고교생들에게 스마트폰이 쥐어지고 SNS 활용이 일상화한 2010년대 이후 국어의 성취도 하락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코로나19는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2년간 원격수업이 장기화한 결과 약 20% 학생이 읽기와 쓰기 능력이 떨어진다는 현장교사들의 증언도 나온다. 편지쓰기는 일기쓰기와 함께 청소년 문해력 향상과 정서안정을 위한 가장 유용한 학습기술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수기(手記)편지를 주고받는 전통적 펜팔이건 인터넷과 이메일을 활용한 ‘키팔’이건, 코로나19는 잊고 있던 편지쓰기의 존재감을 되살려내고 있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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