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인데, 저 녀석(디섐보)을 혼내줄 거야.”
경기 전부터 브룩스 켑카(31)와 브라이슨 디섐보(28)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그러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표 앙숙의 맞대결은 다소 싱겁게 끝났다. 켑카의 4홀 차 압승이었다.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더 윈 골프클럽에서 열린 ‘더 매치 시즌 5’ 켑카와 디섐보의 12홀 매치 플레이 대결은 경기 전부터 흥미를 끌었다.
둘은 골프계의 대표 앙숙이다. 미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두 선수의 오랜 감정싸움은 PGA 투어를 달구는 이슈다. 2019년 초 켑카가 디섐보의 지나친 늑장 플레이를 비판하면서부터 사이가 악화된 후 둘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맞대결을 앞두고 디섐보는 지난 20일 더 윈 골프클럽 호텔 옥상에서 드라이브샷으로 켑카의 얼굴이 그려진 목표물을 강타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먼저 도발에 나섰다. 또 경기 전 1번 홀에서 켑카의 얼굴이 새겨진 컵케이크를 팬들에게 나눠주며 켑카를 또다시 자극했다. 컵케이크와 발음이 비슷한 켑카를 자극하는 행동이었다.
컵케이크에는 눈을 감고 인상을 쓰는 켑카의 얼굴도 담겨 있었다. 이 사진은 켑카가 지난해 한 골프대회에서 방송 인터뷰를 하던 중 뒤로 디섐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바람에 하던 말을 중단하던 때의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 쇠징이 박힌 디섐보의 골프화에서 나오는 소리에 켑카는 “하던 말을 까먹었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해했는데 이를 조롱하기 위해 당시 짜증내는 켑카의 얼굴 사진을 케이크 위에 올려놓은 것이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켑카는 2번홀(파4)에서 3m 버디를 잡아 1홀 차로 앞섰고, 5번홀(파5)에서는 티 샷 실수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2퍼트로 버디를 잡으며 간격을 벌였다. 켑카는 6번홀(파3) 니어핀 대결 승리로 불우이웃 50만 명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식사 기부를 하게 된 뒤 디섐보에게 큰 소리로 의기양양하게 “할 말 있냐”라고 외치며 도발에 응수했다.
이어 켑카는 8번홀(파4)에서 약 1m 거리의 핀에 붙이면서 또다시 버디를 추가했다. 대결은 12번째 홀까지 가지 않고, 9번째 홀에서 싱겁게 승부가 끝났다. 켑카가 4홀을 앞서면서 남은 3개 홀은 돌지 않았다. 디섐보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고 한 홀도 가져오지 못했다.
켑카는 경기 중 자신의 캐디에게 “진심인데, 저 녀석을 혼내줄 거야”라고 말하는 등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대회를 마친 뒤에도 “그와는 친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방적인 패배를 당한 디섐보는 "2개월 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감각이 조금 떨어졌다. 변명은 아니다”며 “결국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 다음에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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