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르포] "손가락이 절로 민주당 찍어부러"는 옛말... 텃밭 광주서도 '세대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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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르포] "손가락이 절로 민주당 찍어부러"는 옛말... 텃밭 광주서도 '세대 균열'

입력
2021.1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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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 D-100, 광주 르포]
2030세대 "민주당 간판만 보고 찍기 싫다"
이재명의 '쇄신' 기대하지만 정책엔 물음표
'전두환 옹호' 사과 후에도 윤석열 지지 미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 한 교회에서 예배를 하기 앞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투표장 들어가믄 손가락이 찍어부러. 손가락은 못 속여부러."

25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팥죽과 김밥을 팔고 있던 70대 상인은 대선후보 중 투표할 사람을 선택했느냐는 말에 "더 물어볼 것도 없어부러"라며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선 이제까지의 경험칙대로 '민주당 후보'를 찍게 될 것이란 반응이었다.

광주 시민들은 양자대결이었던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91.9%의 표를 몰아줬던 사실을 감안하면 수긍할 법한 답변이었다. 다자대결이었던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61.1%)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30.1%)로 지지가 분산됐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호남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양분된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광주에선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은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20대 "민주당 밀어줘야 한다는 말에 더 찍기 싫어"

광주의 민심은 여전히 '민주당을 밀어줘야 한다'는 정서가 강했다. 그러나 대선을 100여 일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재명 후보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분위기는 크지 않았다. 특히 2030세대들은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는 인식에 물음표를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민주당 텃밭에서도 세대 간 균열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심우상(27)씨는 "호남에선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지만, 거기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며 "민주당이란 간판만 보고 찍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전남대생이라고 밝힌 여성(23)은"'광주 시민은 민주당을 밀어줘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 찍기 싫어진다"고 했다. 충장로에서 만난 천다빈(20)씨는 "아빠는 이재명을 뽑으라는데, 저는 지지하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관망층도 상당했다. 김태현(28)씨는 "원하는 것을 해주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며 "예전엔 국민의힘을 쳐다보지도 않았다면 이제는 '이런 당도 있구나' 하게 된 것 같아요. '민주당이 싫다'고 표현해도 괜찮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라고 했다. 19, 20일 진행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률은 17.3%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는데,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을 향한 20대 남성(이남자)의 불만도 있었다. 한 전남대 학생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그립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김태현씨는 "현 정부에서 '남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을 민주당에 표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중장년층에선 "그래도 민주당"이란 반응이 많았다. 택시기사 정모(61)씨는 "예전만치는(예전 같지는) 않아도 이짝 사람들은 민주당이제"라고 했다. 대장동 의혹이나 여배우 스캔들 등을 언급하자 "그래도 우짜겠소. 우리가 밀어줘야제"라고 했다. 송정 5일장에서 만난 상인은 "(28일 광주를 방문하는) 이 후보를 만나면 잘하라고 해야지"라고 했다. 경선에서 떨어진 이낙연 전 대표가 지원사격에 나서주길 바라는 이도 있었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상인(71)은 "이낙연이 같이 와서 손 잡고 흔들어주면 최고"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광주 남구 양림교회에서 열린 주일예배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민주당 쇄신 "좋은 시도", 기본소득 "굳이 해야 하나"

광주 시민들은 최근 이 후보가 속도를 내는 '민주당 쇄신'을 응원하는 한편, 대표 정책에 대해선 다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심우상씨는 민주당 이미지를 '내로남불' '우유부단'으로 요약하면서 "민주당 개혁은 좋은 시도인 것 같다. 이 후보가 '한다'고 한 것을 해왔으니 이번에도 불도저처럼 바꿀 것 같다"고 했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상인(71)도 "이길라면 우짤 수 있겠는가. '더불어(민주당)'를 (밑으로) 깔아야 이길 수 있다면 깔면서 가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문재인을 내치는 게 아니자네"라며 "부동산 잘못 책임지고 덩치만 크고 일 못하는 것 바꾸겠다는 거 아니요"라고 옹호했다.

다만 전남대생이라고 밝힌 20대 남성은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은 결국 내가 갚아야 할 돈 아닌가"라고 반문했고, 40대 여성은 "굳이 그걸 해야 하나요"라고 반응했다.

25일 광주광역시 광주송정역 건너편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구속수사!'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선거법상 특정인물의 이름을 적시할 수 없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연상하게 하는 글귀다. 광주=신은별 기자


"전두환 좋다는 사람이 당선되면 안 돼"

이재명 후보에게 온전히 마음을 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반사이익을 누리지는 못했다. 방문 시기가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이틀 후라서인지 윤 후보와 전씨를 연관 지으며 '전두환 옹호' 발언, '개 사과' 사진, 광주 방문의 진정성 등을 꼬집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 선출 후 첫 지역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고개를 숙였지만, 광주 시민들의 반발은 누그러지지 않은 듯 보였다.

'이재명 팬'을 자처한 한 남성은 "광주 사람들이 정치는 솔찬히 잘 알잖소. 윤석열이 되면 전두환 때로 돌아가는 걸 잘 알재"라고 했다. 다른 중년 남성도 윤 후보 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올라온 것을 거론하며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한다고 와놓고 목포에서 술 먹고 가더라"고 꼬집었다. 17년 전 중국에서 귀화했다는 한 여성은 "전두환 좋다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은 나도 안다"고 했다.

"광주가 민주당 안 찍을 수 있단 걸 알아야"

지역언론인 무등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월 4, 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광주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66.2%였고, 리얼미터를 통해 9월 13, 14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62.7%를 기록했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97.3%),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95.2%)에게 몰표를 던져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그때의 광주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김수희(49)씨는 "민주당 사람들도 '광주가 (민주당을) 안 찍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아직 지역 민심이 100도에 이르지는 못했다.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리얼미터·KSOI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광주=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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