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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목받았던 ‘아프간 초록 눈 소녀’... 탈레반 피해 이탈리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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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목받았던 ‘아프간 초록 눈 소녀’... 탈레반 피해 이탈리아로

입력
2021.11.26 18:00
수정
2021.11.26 19: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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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탈레반 집권 후
이탈리아에 도움 요청
탈출 러시 당시 군 수송기에 탑승
아프간 탈출

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렸던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 샤르바트 굴라의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에 실렸던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녀 샤르바트 굴라의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85년 미국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표지에 등장해 유명세를 치른 ‘초록 눈의 아프가니스탄 소녀’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의 재집권 후 이탈리아로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이탈리아 총리실은 이날 “초록 눈의 소녀로 유명한 샤르밧 굴라(49)가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다”며 “현지 정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리실은 지난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손에 넣자 굴라가 현지 시민단체 등을 통해 이탈리아에 탈출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다른 서방국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아프간에서 군 수송기를 이용해 자국 시민과 현지 협력자를 탈출시켰는데, 굴라도 이 과정을 거쳐 이탈리아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4년 12세 소녀였던 굴라는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인근 난민촌에서 찍힌 사진으로 전 세계의 화제가 됐다. 사진작가 스티브 매커리가 소련군의 폭격에 부모를 잃은 굴라의 표정을 사진으로 담았고, 이듬해 해당 사진이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로 쓰이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만 당시엔 그 소녀가 굴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표지 속 소녀의 신원은 17년간 확인되지 않았고, 매커리가 2002년 해당 현장을 찾아서야 굴라의 이름을 알아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미 연방수사국(FBI) 분석가와 법의학 전문가, 홍채분석시스템 개발자 등을 통해 사진의 주인공이 굴라라고 확인했다.

파키스탄에서 추방됐던 샤르밧 굴라가 2016년 11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대통령궁에 도착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아슈라프 가니를 기다리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파키스탄에서 추방됐던 샤르밧 굴라가 2016년 11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대통령궁에 도착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아슈라프 가니를 기다리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2016년엔 파키스탄에서 체포·추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파키스탄 페샤와르에 거주하던 굴라가 불법 신분증 소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신분증 위조는 14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파키스탄의 중죄였기 때문이다. 결국 추방됐지만, 다행히 조국 아프간이 굴라를 받아줬다. 아프간 대통령이었던 아슈라프 가니는 대통령궁에서 환영식을 열어 주며 굴라를 환대했고, 거처까지 마련해 줬다.

이날 굴라의 입국 사실을 발표하며 이탈리아 총리실은 아프간 국민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총리실은 성명에서 “굴라의 사진은 역사의 한 장을 거쳐 가는 아프간과 그 국민의 갈등과 우여곡절을 상징한다”고 언급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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