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 기념
올해 첫 지정... 새 발사체 선보일 수도
잠잠한 한반도 정세에 북한의 ‘로케트공업절’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달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이후 한 달 넘게 침묵을 유지하는 북한이 29일 로케트공업절을 계기로 군사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념일의 성격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천명한 ‘핵 무력 완성’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최근 두드러진 군사력 과시 기조를 이어갈 적기로 꼽힌다.
로케트공업절은 북한이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KN-22)’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올해 처음 지정된 기념일로 파악된다. 올 초 중국에서 인쇄된 북한 달력을 입수한 외신 보도를 통해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국가 차원에서 기념할 정도로 화성-15형은 북한의 자부심이 담뿍 담긴 무기체계다. 북한은 화성 15형이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발사 현장을 직접 찾은 김 위원장은 “비로소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했다.
북한이 화성-15형 발사 4년 뒤인 올해를 로케트공업절의 ‘원년’으로 삼은 것은 김 위원장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공언한 핵무력 강화 노선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 사실을 거듭 강조하며 △핵기술 고도화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을 과업으로 제시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국방과학발전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이 실행에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연내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ICBM급 장거리로켓을 쏘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북한은 앞서 17일 우주과학기술 관련 토론회를 열고 “우주개발사업을 적극 추동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새 발사체 등장을 암시하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화성-15형보다 발전된 형태의 탄도미사일을 선보여 미국 등 국제사회에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고 요구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관건은 타이밍이다. 한미의 ‘종전선언’ 논의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상황에서 무력도발을 감행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북한에 종전선언 자체의 실익은 별로 없지만, 한미 합의를 계기로 대북제재 등 적대시 정책 철회를 촉구할 명분이 생기는 만큼 섣부른 도발로 판을 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도 ICBM 시험발사 등 당분간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북한은 한미가 내밀 종전선언 문안과 유인책에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굳이 ICBM을 쏘면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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