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유보금' 12만원? 월급 명세서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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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유보금' 12만원? 월급 명세서가 수상하다

입력
2021.12.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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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22>월급 공제액까지 속이는 용역업체
양천구청이 지급한 한 해 직접노무비 중
총 6000만원, 위탁 업체가 빼돌려 착복
중간착취 제재 규정 없어 노동자만 고통

서울 양천구청과 위탁계약을 한 A업체의 지난해 12월 임금대장. B씨 임금의 공제 내용을 보면 각종 세금 등과 함께 '건강보험 유보금' 명목으로 12만 원이 떼였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지난 10월 서울 양천구청 음식물쓰레기수거함 세척노동자가 소속 위탁업체에 3년간 1인당 1,700만 원의 임금을 중간착취 당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이를 취재하며 기자가 건네받은 A업체의 지난해 12월 임금대장에는 세후 197만 원을 받은 노동자 B씨의 임금 공제항목에서 각종 세금과 함께 '건강보험 유보금' 명목으로 12만 원을 떼인 것으로 돼 있다. 그달 건강보험료 8만40원은 따로 공제됐다. 양천구청은 A사에 사측의 4대 보험료를 경비로 따로 지급하기 때문에 사측의 부담금도 아니다.

노동자 B씨는 이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유보금이라는 표현 자체를 처음 들어본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혹시라도 추가 정산금이나 반환금 등을 잘못 기재한 것이라 해도, 이는 매년 4월에 정산을 하기 때문에 12월 임금명세서에 반영될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세척 노동자 3명은 각각 12만 원을 떼이면서도 이유를 모른다. 세후 월 190만~230만 원을 받는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액수였다. 노동자들이 세금이나 4대 보험료의 자세한 산정 내용을 알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있지도 않은 항목을 만들어 '벼룩의 간'을 빼낸 의혹이 짙다. 정확한 내막을 알기 위해 A업체 대표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서울 양천구 주택가에 위치한 음식물쓰레기 전용수거함. 이 수거함 세척 노동자들이 중간착취의 고통을 겪고 있다. 현장 노동자 제공

이 업체는 이 공제금과 별도로 지난해 양천구청으로부터 받은 직접노무비 중 6,000여만 원을 직원들(월별 13~15명)에게 지급하지 않고 착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이 내려보내는 직접노무비를 모두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법이나 조례가 없어서, 업체의 막대한 중간착취에 노동자들의 고통만 지속되고 있다.

한국일보가 여러 자료를 토대로 산정한 결과, 이 업체가 지난해 양천구청으로부터 받은 직접노무비는 △음식물쓰레기수거함 세척업무 1억6,300여만 원 △폐형광등 수거업무 1억7,700여만 원 △기동반업무(가로변 일반 생활폐기물 수거) 8,100여만원 등 총 4억2,100여만 원이었다. 여기에 식대 등 기타복리후생비로 2,000여만 원이 따로 책정돼 있다. 총 4억4,100여만 원에 달했다.

이 중 실제로 직원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상용직ㆍ일용직 직원 임금, 상여금 등을 모두 합해 3억8,100여만 원에 그쳤다. 최소 6,000여만 원의 추가 이익을 올린 셈이다. 이는 지난해 이 업체가 양천구청으로부터 지급받은 법정이윤(5,100여만 원)보다도 많다. 해명을 듣기 위해 업체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역시 답변이 없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장점검 결과 (해당 업체가) 직원들에게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 980여만 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돼 미지급금을 지급하도록 시정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가 착복한 직접노무비 총액 6,000만 원의 지급을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청이 지급한 노무비와 업체ㆍ근로자 간 체결한 임금(근로계약서상 임금) 사이에 발생한 차액(중간착취 금액)에 대해서는 환수조치 등의 명령을 내릴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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