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미스터리 스릴러
'탄금' 쓴 장다혜 작가
애체(안경), 곰배상(상다리 휘어지게 차린 상), 볕뉘(볕의 그림자), 돌차간(눈 깜짝할 사이), 시망스럽다(몹시 짓궂다), 얄브스름하다(조금 연하고 얇은 듯하다), 난만하다(만발하여 한창 흐드러지다), 청상하다(맑고 시원하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하는 장다혜 작가의 장편소설 ‘탄금’에는 이처럼 생경한 순우리말과 방언이 빼곡하다. 정작 소설을 쓴 장 작가는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한 시간이 20년에 달한다. 지난 19일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장 작가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장 작가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다 보니 오히려 더욱 한국적인 것에 골몰했다"고 말했다.
'탄금'은 고가의 미술품 거래로 조선의 거상이 된 심열국 집안을 배경으로 그의 아들 홍랑과 씨받이가 낳은 딸 재이, 양자인 무진의 로맨스를 그린다. 동시에 집안에 얽힌 비극적인 진실을 파헤쳐 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다. 출간되자마자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3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드라마 판권이 팔려 현재 내년 말 상영을 목표로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 중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은 이 소설을 쓴 장 작가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을 떠나 프랑스와 영국의 호텔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스위스 제네바 근교에서 살고 있다. 20대 초반에 잠시 작사가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2년 반을 제외하고는 줄곧 해외에서 체류했다. 몸은 해외에 있어도 좋아한 이야기는 늘 한국, 그중에서도 과거 역사에 관한 것들이었다.
"역사 드라마나 영화는 다 찾아봤고 소설도 과거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좋아했어요. 무엇보다 새로운 단어를 만나는 즐거움이 컸죠. 어릴 때부터 책을 읽다 처음 보는 단어를 발견하면 우표를 수집하는 느낌으로 뜻을 찾아 정리해 뒀어요. 그렇게 각종 우리말, 방언, 의성어, 의태어를 적어둔 저만의 '단어장'이 '탄금'의 자산이 됐죠.”
'단어장'만큼이나 탄금을 쓰는 데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민간 소장 문화재를 발굴하는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이었다. 평소 고미술품 구경하는 걸 좋아해 애청해오던 '진품명품'이 조선 후기 예술품 거래 상단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는 데 도움이 됐다.
'진품명품'과 단어를 수집해 온 오랜 습관이 발판이 되긴 했지만 작가의 필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탄금'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랫동안 "소설은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 소설은 취미로만 끄적였는데, 자꾸만 역사적 고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작품들이 눈에 밟혔다.
만일 내가 쓴다면 시대 고증을 제대로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오래전 구상만 해두었던 탄금을 꺼내왔고, 5년 전부터 집필을 시작해 지난해 완결 지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에게 한번 읽어보시라 보내드렸다. 제본까지 해서 정독한 부모님의 재밌다는 격려에 용기를 얻어 출판사에 투고했고 작가 데뷔까지 순조롭게 이어졌다.
첫 작품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게 됐지만 외국에 살고 있다 보니 비난도 환호도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장 작가는 "차라리 다행"이라고 했다.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소설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조선시대 명창인 이날치를 다룬 차기작을 쓰기 위해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남사당패에서 줄 타던 광대였다가 뒤늦게 소리에 입문하는 이날치의 성장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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