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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험생 모두 승자의 삶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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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험생 모두 승자의 삶 살기를"

입력
2021.12.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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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열 군위축협 조합장

다음 주에 수능 결과가 발표된다. 가채점을 했겠지만 직접 점수를 받아 보면 마음에 전해지는 충격이 또 다를 것이다. "인생을 길게 보고 너무 일희일비하지 마라"는 류의 조언도 마음에 와닿을 리 만무하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다. 마라톤은 한번 시작하면 정해진 길을 따라 결승점을 향해 끝까지 뛰어가야 한다. 초반의 실수가 결승점에 이를 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인생은 오히려 여러 종목을 체험하고 경험한 후 나에게 가장 맞는 종목에서 승부를 내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삶에는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기회들이 다가오고 수능에 버금가는 승부처가 숱하게 존재한다. 한번 종목이 잘 안 풀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생각, 혹은 한 가지가 잘 되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술술 풀리리라는 자만은 착각에 불과하다.

얼마 전 어느 역사 애호가로부터 '낙제생들의 활약'이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에 썩 차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아 소개한다.

첫째로 소개할 사람은 늦깎이 수험생이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고 머리도 영민했으나 그는 40세가 넘도록 도통 과거에 관심이 없었다. 그가 마음을 고쳐먹은 것은 아버지의 죽음이 때문이었다. 영의정까지 지냈던 그의 아버지는 죽기 직전 풍채만 번드르르할 뿐 도무지 사람들의 기대에 호응하지 않는 막내아들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널 내가 낳았구나."

아버지의 유언에 충격을 받은 아들은 금강산으로 들어가 공부에 매진해 드디어 관직에 나아갔다. 사위보다 2년 늦게 과거에 합격했고 46세에 관직 생활을 시작했다.

두 번째 인물은 하향지원의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결혼 후 처가에 살면서 과거를 준비했으나 결국 문과를 접고 무과로 전향했다. 마음이 쓰렸을 것이다. 그와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 하나는 일찌감치 문과에 합격해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무과는 확실히 문과보다 경쟁률이 낮았다. 그는 이 무과에서마저도 늦깎이였고, 성적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세 번째 인물은 합격증을 받고도 벼슬에 나아가지 못했다. 채점관들의 점수는 전체 차석, 그러나 임금이 그의 답안지를 보고는 거슬린다면서 합격을 취소해버렸다. 이듬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만다. 두 번의 큰 좌절 앞에서 그는 모든 의욕을 거두고 낚시나 하면서 남은 생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개한 인물은 차례대로 권율, 이순신, 곽재우다. 임진왜란이라는 거대한 질곡 앞에서 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들이다. 시험장 안에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으나, 시험장 밖 현실에서는 가장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권율과 이순신은 임진왜란 중 조선군이 거둔 세 개의 대첩 중 두 개의 대첩을 진두지휘해 누구보다 유능한 인재임을 실전에서 증명했고, 곽재우는 제일 먼저 의병을 일으켜 우뚝한 선비의 자질을 드러냈다.

얼마 전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 역으로 유명해진 오영수 배우가 방송에 나와 한 말이 크게 회자가 되었다. 그는 소위 1등주의를 경계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승자고 그렇게 살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기성세대가 전하고 싶은 말이 저 안에 다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다. 이제 막 수능을 끝낸 청춘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도 많이 남았다. 자신의 길을 찾아 어떤 경지에 이르려 애쓰며 '승자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후배들, 화이팅!


김진열 군위축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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